詩산책 * "고향집 가는 길/이사빈"에 대한 문학적 평론

詩산책 * "고향집 가는 길/이사빈"에 대한 문학적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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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빈 작가

고향 집 가는 날

            백홍 이사빈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집 
어머니가 날마다 가꾸는 집
그 집
고향 집
일 년에 두어 번 가지만
늘 살고 있었다는 듯 편안한 집
오늘
그 고향 집 가는 날
기다림이
아름다운 행복임을 아는 까닭에 
벌써 아버지는 동구 밖에 나와 계실 테고
어머니는 음식 장만에 분주할 테지
마당이며 뒤뜰에선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가득할 테고
담벼락에 그려놓았던 철이며 영희는
밖으로 뛰어나와 까르르 웃으며 놀고 있겠지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ㅡ땅끝동네 야불딱에서ㅡ


[평론: 빗새 이상진]
백홍 이사빈 시인의 「고향 집 가는 날」은 ‘고향’이라는 장소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사랑, 기다림과 추억이 켜켜이 쌓인 정서적 공간임을 보여주는 서정시입니다. 
시 전체는 고향 집을 향한 여정을 담담히 묘사하면서도, 이미 도착하기 전에 그곳의 
따뜻함과 행복을 마음속에서 살아나게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1. 고향 집의 다층적 의미
시 속 고향 집은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집”, “어머니가 날마다 가꾸는 집”이자 “한때 
내 집이었으나 내 집이 아닌 집”으로 정의됩니다. 이는 고향이 혈연과 시간의 흔적을 
모두 품고 있는 장소임을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의 나의 집이었지만, 
이제는 부모님의 집으로 남아 있는 공간. 따라서 화자에게 고향은 귀속감과 거리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 공간입니다.
 
2. 기다림의 아름다움
시의 중심 정조는 “기다림”입니다.
“기다림이 아름다운 행복임을 아는 까닭에”
고향 집으로 가는 여정은 단순히 도착을 목표로 하는 이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마음속에 펼쳐지는 장면들 
- 아버지가 동구 밖에 나와 기다리는 모습, 
어머니의 분주한 손길—이 화자를 행복하게 합니다. 
즉, 고향은 현실에 앞서 기억과 상상 속에서 먼저 도착하는 곳입니다.
 
3. 추억의 생생한 환영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담벼락에 그려놓았던 철이며 영희”입니다.
“밖으로 뛰어나와 까르르 웃으며 놀고 있겠지”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 속 인물들이 생생히 되살아나 뛰어노는 모습은, 
고향이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추억이 현재로 소환되는 무대임을 잘 보여줍니다. 
이는 유년 시절의 순수한 시간과 웃음을 불러내며,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순간의 따뜻한 울림을 전합니다.
 
4. 출발 이전의 도착
마지막 구절,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이 여운은 시 전체의 핵심입니다. 아직 실제로 길을 나서지 않았지만, 
이미 화자는 고향 집에 가 있는 듯한 충만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고향이 단순히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늘 살아 움직이고 있는 
집임을 보여줍니다. 고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늘 우리 내면에 머무는 
영원한 귀소처인 셈입니다.
 
5. 언어의 따뜻함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따뜻한 언어의 정직함입니다. 화려한 수사나 난해한 상징 대신, 
일상적인 어휘 속에 스며든 정서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편안한 집”,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집” 같은 표현은 소박하지만, 
고향의 감각을 생생하게 살려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고향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6. 종합적 평가
「고향 집 가는 날」은 단순한 귀향의 노래가 아니라, 고향을 기다리고 상상하는 
마음 자체가 이미 행복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고향은 현실의 집이자, 
기억과 상상 속의 집이며, 그리움과 기다림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살아나는 공간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우리는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이미 마음속에서 고향을 살아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시는 고향이라는 주제를 넘어, 인간이 기억과 사랑을 통해 
어떻게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가는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서정의 시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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