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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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06:08
아침의 궤적
윤정인
비가 내린 뒤 환해지는 것은 빛의 소관이다
허리가 꺾인 채
한나절도 제구실을 못 하는 서툰 장마의 몸짓이
간헐적으로 산골을 뒤흔들고
먹구름 같은 응어리만
소화되지 않은 채 속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수상한 기척에도 논을 둘러볼 길 없어
노심초사 방안의 안전지대를 서성이다가
결국 책상머리에 앉아
창밖의 동정만 물끄러미 살핀다
이른 새벽, 닭 홰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어미를 닮아가는 갓난 병아리만이
대를 이어 새벽을 깨우는 연습을 할 뿐
한풀 꺾인 구름 사이로
아직은 서툰 장마가 왔다 갔다 눈치만 살피고 있다
시곗바늘은 아직 여섯 시 반에 닿지 못했고
사방은 깊은 침묵으로 가득한데
빗방울 하나가 처마 끝에서 툭, 아침을 먼저 깨운다
나는 그 느린 시간의 궤적을 따라
오늘이라는 강을 조용히 건너간다
[윤정인 약력]
전남 강진 다산초당 아래서 태어남
창작산맥 등단
세계시문학상 본상 수상
포렌컬쳐 최우수상 수상
세계시문학회 이사
시꽃피다 이사
문화예술포렌컬쳐 최우수상
김해예총 디카시 최우수상
맑은눈의 쌀 대표
『시집』 다산초당 가는 길
<詩감상> -조선의 시인
이 시는 장마철 농촌의 적막한 풍경 속에서
자연의 거친 숨결과 마주한 인간의 초조한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
논을 살피지 못하는 불안과 '소화되지 않은 응어리'는
일상을 멈춰 세우지만, 화자는 그 답답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노련한 닭 대신 갓난 병아리가 새벽을 깨우는 미숙하지만
싱그러운 생명력, 그리고 처마 끝의 빗방울 하나가
툭 아침을 여는 순간은 깊은 울림을 준다.
느린 시간의 궤적을 따라 오늘이라는 강을 묵묵히 건너가는
화자의 뒷모습은, 삶의 무게를 피하지 않고 담담히 견뎌내는
의연한 치유의 미덕을 깊이 있게 전해주는 명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