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 詩 감상 * 유익한 지렁이 - 정은숙 작가편

조선의 시인, 詩 감상 * 유익한 지렁이 - 정은숙 작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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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숙 작가

유익한 지렁이

         정은숙

눈도 귀도 없다
흙냄새를 쫓아
촉감으로 세상을 더듬으며
나는 느린 예감으로 길을 낸다

오늘 가야 할 길은 너무 멀고
햇살은 너무 뜨거웠다
나는, 잘못 들어선 길 위에
하루를 헤매고
녹슨 쇳도막처럼 굳어버렸다

누구는 말하겠지
하찮은 죽음이었다고
그러나 내가 누운 자리에
비가 한번 내리면
땅은 부드러워지고
어린 풀뿌리들이 꼼지락거릴 것이다

조개가 진주를 만들 듯
나는 흙 속에 많은 미생물을 남긴다

소리 없이, 빛도 없이
그늘 하나 못 찾은 목숨

나는 썩어, 빛나는 생명이 된다


[정은숙 약력] 
문예사조 자유시 신인상 
문예사조 동시 신인
시꽃피다 이사
조선대학교 교육학박사


▶詩 감상 -조선의 시인

지렁이는 습기와 유기물이 풍부란 땅속 토양에서 서식한다. 
보통 표층에서 살지만 건조한 시기나 겨울에는 땅 깊이 들어가서 산다고 한다. 
빛과 진동에 민감하며 부패한 생물체를 먹고 사는데 암컷과 수컷이 한 몸인 자웅동체이다. 지구상 대부분의 땅은 지렁이 덕분에 지력이 유지되고 식물이 성장할 수 있다. 
징그러운 벌레로 인식되어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등 그 진가가 대단하다. 
‘조개가 진주를 만들 듯 나는 흙 속에 많은 미생물을 남긴다 소리 없이, 
빛도 없이 그늘 하나 못 찾은 목숨’ 지렁이가 배설한 흙은 분변토라 하는데 
최고의 비료이다. 시인의 관찰과 성찰이 돋보이는 사유의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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