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0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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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작가




시선의 물리학

             김정희

길을 가다가 고양이들의
느릿한 걸음에서 삶을 묻는 날입니다
폐지 수레 앞 노인의
진지한 눈빛에 눈물이 핑 돕니다
새벽 교회로 향하는 발걸음과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엇이 다를까요
택배 상자를 나르는 땀방울과
맛집을 찾아 걷는 이들의 땀방울
그중 어느 쪽이 더 짤까요
양자물리학은 말합니다
이 모든 풍경이 서글픈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슬프기 때문이라고
비라도 세게 쏟아졌으면 싶은 날
냉장고 구석에서 주름져 가는 토마토를 봅니다
방치된 채 시들어 가던 마음에
서둘러 따뜻한 물을 끓여 붓습니다
메마른 상심을 뜨겁게 녹여내면
토마토의 심장은 다시 붉어지겠지요
곧 내 마음도 빨갛게 물들어 통통 튀어 오르겠지요
외로운 풍경을 눈에 담던 내가
이제는 당신의 눈길을 기다립니다
나는, 당신이 바라보는 그 순간에야 존재합니다



[김정희 약력]
시 낭송가
시꽃피다 등단
포랜컬쳐 신춘문예 대상


<詩 감상> 조선의 시인
이 시는 세상에 대한 따스한 연민에서 출발하여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 
시인은 고양이, 노인, 노동자의 삶을 응시하며 
세상의 격차와 슬픔을 마주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서글픔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대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투영’(양자물리학적 해석)에서 찾고 있다. 
이후 시선은 냉장고 속 ‘주름진 토마토’라는 
내면의 풍경으로 이동한다. 

시들어가던 마음에 서둘러 따뜻한 물을 끓여 붓는 행위는, 
상처받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시 삶의 생명력(붉은 심장)을 
회복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결국 시인은 타인을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당신의 눈길’을 갈구하고 있다. 

세상의 외로움을 담아내던 ‘나’ 역시 타인의 따뜻한 관심과 
시선이 있어야만 가치 있게 존재할 수 있다는 깊은 유대와 
관계의 고백으로 시는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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