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남명조식 관련 낭송詩 모음

7. 남명조식 관련 낭송詩 모음

포랜컬쳐 0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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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해 작가


산해정 

      #시조 박선해


뜰 한쪽 묵은 저울 빈 접시 들어 올려
기왓골 빗물 한 줌 처마 끝 달아본다
댓바람 추를 옮기며
무게 없는 뜻 잰다

돌계단 이끼 벗어 선비 발 불러내고
툇기둥 어깨 세워 휜 세월 바로잡네
한 생을 저울에 얹자
바늘 끝이 떨린다

빈 뜨락 해를 달아 어느 쪽 기우는가
낡은 집 저울 되어 오는 이 달아본다
나설 때 가벼운 것은
몸이 아닌 나였다

흐르는 맑은 물에 씻어낸 욕심인 듯
툇마루 걸터앉아 부서진 햇살 받네
속 비워 채워지는 데
그늘 까지 고요하다

천 년의 벼루 먹은 깊은 산 속 숨결이
마당을 쓸 듯이 부드러운 바람 되어
조용히 옷깃을 적셔
마음 마저 쓸어낸다

처마 끝 풍경 소리 허공에 매달리고
세상의 시린 무게 저만치 밀려나네
두 손을 무릎에 모아
세월 속을 굽어본다

돌 틈에 돋아난 풀 이슬을 품에 안고
지나간 옛 자취를 말없이 속삭이네
위로에시린 마음 조차
소멸되는 들꽃 하나

세상의 모든 짐을 내려놓은 그 자리에
조용히 스며드는 맑고 깊은 향기처럼
오늘도 묵은 저울은
사람을 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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