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0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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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작가


아내의 가출

           박남규

아내가 가방을 들고 나선다
"집에 가야 한다."
낮에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곤 했기에
이번에도 곧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문득 불안이 밀려왔다
부엌일을 멈추고 뛰어나갔다
골목마다 찾아 헤매고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돌았다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물었다
어디에도 아내는 없었다
가슴은 타들어 가고 밤 아홉 시가 넘어
자식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나가서 아직 안 들어온다."
함께 나설 걸 그랬다 후회가 밀려왔다
큰아들이 달려와 찾으러 나가고
둘째, 셋째도 모두 모였다
막막하게 기다리던 그때 벨이 울렸다
"네, 맞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암리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아내를 보호하고 있다는 전화였다
큰아들 차를 타고 달려가니
아내는 가방을 든 채 말없이 서 있었다
치매는 사람의 표정마저 지워 버리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오자
자식들은 엄마의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아내는 손발을 씻고 방으로 들어가 그대로 누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문득 의사의 말이 떠오른다
"몇 년 뒤에는 지금이 가장 좋았던 때였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 말은 맞았다
5년 뒤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오래
곁을 지켜 주지 못했던 것을 지금도 후회한다



[박남규 약력]
‘드론아 나도 날고 싶다’ 시청자미디어 대상수상
시골마을의 사라져가는 역사를 찾아서
(광주MBC 등 다수 출연 KBS황금연못 출연)
디지털 편집기사
시꽃피다 광주 회원



<詩감상> 조선의 시인
이 시는 치매를 앓는 아내를 잃어버렸던 
극적인 하루의 기억을 통해, 간병의 고통과 
사별 후의 깊은 회한을 그린 애틋한 고백록이다. 
작가는 "집에 가야 한다"며 길을 나선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온 동네를 헤매며 타들어 가는 가슴을 졸인다. 
다행히 공사 현장에서 아내를 찾았지만, 표정마저 지워버린 
치매의 비정함과 "지금이 가장 좋았던 때"라던 
의사의 말은 곧 다가올 비극을 암시한다. 
결국 5년 뒤 아내는 세상을 떠나고, 
남편에게는 더 따뜻하게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영원한 후회만 남는다. 
이 시는 치매 가족이 겪는 현실적 맥락과 
막막함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곁에 있는 이를 향한 
사랑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묵직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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