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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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 19:53
다섯 번째 봄
오광숙
짝 가슴, 지울 수 없는 무늬 하나
삶의 계절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상처는 나를 꺾으러 왔으나
나는 그 자리에 맨발로 꽃을 피웠다
철모르는 봄날의 꽃을 넘어서서
얼어붙은 시간을 온몸으로 품어 피워낸 눈물
오늘의 흉터는 아물지 않은 통증을 딛고 선
가장 치열하게 걸어온 삶의 나이테
검은 밤을 건너며
기도는 일찍 새벽을 배웠고
두려움이 한 겹씩 벗겨진 자리엔
희망이라는 푸른 이름이 돋았다
비워내고 도려낸 허허로운 마디마다
스며드는 서늘하고 단단한 빛
젖은 땅을 딛고 더 푸르게 치솟는 나무처럼
나는 상처의 깊이에서 빛을 길어 올린다
오늘도 내 삶은 박제된 완치에 머물지 않고
숨 가쁘게 살아 움직이는 오늘의 숨결
흉터는 기꺼이 꽃을 피우고
나는 또 한 번, 눈부신 다섯 번째 봄을 입는다
[오광숙 약력]
동남센터 백일장 수필 부문
산해정 문학상 디카시 부문 수상
(전)광주 문화예술회관 놀이방을 운영
우치동물원 해설사
초등학교와 유치원 이야기 할머니
<詩감상> 조선의 시인
이 시는 단순한 투병의 기록을 넘어, 결핍을
위대한 생명력으로 복원해 낸 승리의 찬가이다.
‘짝 가슴’이라는 지울 수 없는 신체적 상처에서 출발하지만,
시인은 절망에 꺾이는 대신 그 자리에 ‘맨발로 꽃’을 피워낸다.
특히 ‘~아닌’이라는 이분법적 단정을 지우고 들어선 ‘넘어서서’,
‘딛고 선’, ‘머물지 않고’라는 시어들이 압권이다.
아픔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통과해 낸 자만의 당당한 기백이 느껴진다.
과거의 통증은 치열한 ‘삶의 나이테’가 되었고,
완치라는 고정된 종착지가 아닌
날마다 살아 움직이는 ‘오늘의 숨결’로 이어진다.
상처의 깊이에서 마침내 빛을 길어 올려,
눈부신 다섯 번째 봄을 당당히 입어내는
시인의 걸음에 가슴 뜨거운 응원과
경의를 보내게 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