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詩人의 추천詩 * 쥐 사냥 * 윤정인 작가

조선의 詩人의 추천詩 * 쥐 사냥 * 윤정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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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인 작가


쥐 사냥

      윤정인

천정에 대나무로 듬성듬성 발처럼 엮어
몇 년째 도배만 하다 보니 벽과 천장을 잇는
구석이 바람의 통로가 됐다

쥐똥 구르는 소리가 벽을 노크할 때마다
냄새는 방으로 내려와 아랫목 이불에 스며든다

쥐똥 냄새와 함께 산지도 오래됐다

천정의 쳐진 구석에 축구공만 하게 구멍을 내고
안쪽으로 빙둘러 참기름을 빈틈없이 발라 놓으면
바람 빠진 공처럼 처진다

방구석에다 큼직한 항아리를놓아 함정을 만든다
쥐 사냥 준비가 끝났다

허기진 동네 쥐들이 넉넉한 천정의
구수한 참기름 냄새를 맡고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쥐란 원래 모험심이 강하다 눈이 초롱초롱하고 꽤나 영리하다

먼저 젊은 쥐가 살금살금 포복하여
살얼음 밟듯 기어가다가 참기름에 쭈르륵 항아리로 떨어진다

가만, 두 번째 큰 쥐가
뭔가 맛있는 게 있나 보다 기웃거리다 미끄러진다
두 번째 쥐도 퐁당 빠진다

틀림없이 맛있는 먹이가 있다고 확신한 쥐새끼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젊은 놈들은 뛰고 어떤 놈은 다이빙하고 참기름에서 미끄러진다

동네 쥐가 항아리에 다 들어간 것이다
참기름에게 속았다고
난리가 났는데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더라고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 거대한 식인 쥐가 탄생한 것이다

어찌어찌하여 식인 쥐가 되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마을에는 쥐들이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었다

레밍이라는 말이 달리 나온 게 아님이 확인되었다



[윤정인 약력]
전남 강진 다산초당 아래서 태어남.
창작산맥 등단.
세계시문학상 본상 수상.
세계시문학회 이사.
시꽃피다 운영이사.
맑은눈의쌀 대표.
『시집』 다산초당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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