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인제대학교 * 김해한국학아카데미 * 가야유적답사詩 * 밟히는 법을 배운 땅 - 박선해作
포랜컬쳐
0
239
01.11 21:26
박선해 사진作
밟히는 법을 배운 땅
-창녕 교동·송현동 고분군에서 읽혀진 고분의 언어
박선해
무덤은 죽음을 보관하지 않는다
오래 남아야 했던 결정들만
겹겹이 눕혀 둔다
사람들은 여기서 돌을 굴리고
흙을 다져 자신의 끝을 미리 만들었다
살아 있는 동안
이미 죽음의 형태를 연습했던 셈이다
이 언덕은 한때 명령이었고
지금은 지형이다
권력은 흙으로 낮아졌고
흙은 다시 마을의 높이가 되었다
금관은 사라졌고 철검은 부식되었다
끝내 남은 것은
누구의 것도 되지 못한 시간,
사용 기한이 없는 침묵
아이들이 고분 위를 달릴 때
역사는 부서지지 않았다
무덤은
밟히는 법을 먼저 배웠기 때문이다
비와 발자국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이곳의 오래된 질서였다
여기에 묻힌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되는 삶,
승자와 패자를 나누지 않는 방식,
살아 있는 자가
죽은 자 위에 서지 않으려는 태도
나는 고분 사이를 걷는다
말을 낮추는 대신 발걸음을 줄인다
이곳에서는
설명이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발굴된 유물보다
발굴되지 않은 하루가 더 많다는 사실을 풀들이 먼저 증언한다
풀은 계급을 모르고
해마다 같은 방향으로 자란다
왕은 결국 지명이 되었고
전사는 흙의 결이 되었다
남은 것은
아무도 소유하지 못한 자리
우리는 잠시 이 위를 사용하고
다시 돌려준다
고분은 기억하지 않지만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곳에서 미래는 앞에 있지 않다
발아래 접혀 있는 시간 속에
이미 와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걷는다
언젠가
이 땅의 한 층이 될 사람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