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詩 * 지워지지 않는 글자 - 남명 조식 / 김두기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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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7 09:36
지워지지 않는 글자 - 남명 조식
김두기
한 획을 긋는다 먹이 종이에 닿는 순간
말보다 먼저 뜻이 몸을 세운다
의義. 이 글자는
읽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라고 있는 것임을 남명은 안다
문자는 손에서 태어나지만
역사는 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는 벼슬을 쓰지 않고 사람을 썼다
말을 남기지 않고 등을 남겼다
강가에 서서
흐르지 않는 법을 가르친 사람
산에 올라 낮아지는 법을 배운 사람
제자들이 떠날 때 붙잡지 않았다
배웅은 눈으로 하지 않고 삶으로 했다
“옳다면 가라”
그 말 한 줄에 길이 생기고
두려움이 뒤로 물러섰다
칼을 들지 않아도
칼보다 먼저 서 있던 정신
피를 부르지 않아도
피보다 뜨거웠던 믿음
그래서 그의 글은 불타지 않는다
지워지지 않는다
세월이
지우개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그의 문장을 읽을 때
읽히는 것은 글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자세
역사는 사라진 연대가 아니라
지켜진 태도의 이름
길은 남겨진 발자국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따라갈 수 있는 용기
남명, 그 이름은
과거의 학자가 아니라
지금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한 문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