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이달의 詩 * 최우수 금소화 시인

포랜컬쳐 이달의 詩 * 최우수 금소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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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에 날고 싶은 새가 산다


금소화


2인용 압력 밥솥이

식탁 한쪽에 놓여있다


밥솥 위에 뎅그러니 붙어 있는 추

그 자세만으로도 비상할 것 같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밥솥만 보아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밥이 다 되면 한 치 오차 없이

전력으로 발끝을 세우고 수증기를 하늘 높이 쏘아 올려 사람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추


그 알림의 방식이 독특하다


밥솥은 추로 말미암아 그 존재가 돋보였다


밥물 졸아드는 한증막에서 혼절하듯 살아가는 삶이

서럽고 아픈 것일까


좌우로 목이 꺾이고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 배고픔을  없애겠다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저 같은 최선이 있기나 했을까


둥지에 발이 묶인 새


밥솥은, 추가 치잉치잉 울 때마다

생의 시절을 섬기듯 밥을 고슬고슬 익혀냈다



금소화 약력

<시에> 등단, <현대 수필> 등단,  <시사불교> 신춘문예 당선, 

2022년 시꽃피다 대상, 감성문예 시 부문 작품상 수상, 

시상문학상 금상, 시꽃피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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