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동행 * 포랜컬쳐 특선작 * 이 달의 시 * 속삭임 * 박선미 작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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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 14:02
#2월의 시
#부문 자유시
속삭임
박 선미
가끔 지치고 헛헛한 맘이 찾아오면
도계 전망대 카페를 찾는다
느슨하고도 멈춘 것 같은
머뭇거리는 흐름이 나는 좋다
탁 트인 벌판
병풍처럼 둘러싼 산봉우리들
그 품에 조용히
멈춘 듯 흐르는 길게 뻗은 강줄기
국도엔 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산에서 내려온 새들은
강을지나 들판 넘어 국도를 가로질러 반대쪽으로 날아가고
언제 왔는지
눈부신 웃음으로 윤슬이 손 흔들어 반겨준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들까지
완벽한 평화로움에 가깝다
강에 빠져 허적이는 하늘도
깊이 잠겨가는 산그림자도
목 잘리고 뿌리뽑힌 나무들도
가까이 다가서야 볼 수 있는 것
그런 것일까
내면 깊이 칼바람이 춤을 추더라도
표면의 잔잔함으로 포장할 수 있고
바람에 너울대는 춤사위로 읽힐 수 있는 건지
구름 흩어놓는 바람이 있어
가을 저녁은 더 빨리 저무나보다
생각하려는 기억들은 멀리에 있고
눈앞에 흐름은 나를 떠민다
머물지 말고 모른 척 흘러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