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동행 * 포랜컬쳐 이 달의 시 * 밥벗 * 고도원 작가편

문화예술 동행 * 포랜컬쳐 이 달의 시 * 밥벗 * 고도원 작가편

포랜컬쳐 0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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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작가


밥벗

 

     고도원


생각의 예법과 글의 신념이 투철한

뿌리깊은나무라는 잡지사에

이제는 돌아가신 한창기 사장이 계셨다

 

한 방향만 지독히 편애하는 

군사정권 시절에

그 좋은 잡지가 강제 폐간 당하고

상심이 컸다 큰 병을 얻었다

 

짓뭉개진 실업失業의 저녁에서

내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 할 때

간곡히 만류했으나 

끝까지 붙잡지는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쯤 사장님을 찾아뵈면

맨발에 속바지 차림으로 나와

문을 열어주듯 반색하며 밥을 사주셨다

외로운 아버지처럼

 

주름과 세월이 쓸쓸히 몸 섞는 

하루는 이렇게 말씀했다

'나이가 들면 외로워져 

같이 밥 먹어주는 사람도 적어져

자네가 내 밥벗이 되어주어서 고맙네'

 

나도 나이가 들었다

밥벗이 적어진다.



[고도원 약력]

고도원(高道源)

1952. 4. 29일생
2001 ~ 현재 '고도원의 아침편지' 작가
2004년 ∼ 현재  '아침편지 문화재단' 이사장
2010년~ 현재 아침편지 명상치유센터 '깊은산속 옹달샘' 운영자
김대중 대통령 연설 담당 비서관(1급)
중앙일보 기자,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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