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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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14:38

윤정인 작가
저울에 앉은 가을
윤정인
노을이 비껴가고
비를 머금은 구름이 하늘을 채우는 저녁
공평하지 못한 추의 미세한 흔들림이
가을이라는 천칭의 무게를 기울인다
붉게 멍든 구름의 틈새마다
실낱같은 전깃줄이 혈관처럼 방황하고
남생이 등짝을 닮은 앞산 너머로
이윽고 새벽이 마을 어귀를 기웃거린다
한두 방울 훌쩍이던 비가 멎은 자리
젖은 돌담과 아스팔트 위로
낮게 엎드렸던 아침 햇살이 찾아와 앉는다
삶은 이토록 기울어진 저울 위에서도
제 몫의 슬픔을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데
눈어림의 천칭은 변덕스러운 날씨를 가늠하듯
지치지도 않고 눈금 위를 오르내린다
건너 건너 처진 외딴 전깃줄에는
다 떨구지 못한 작년의 낙엽 같은 슬픔이
아직도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아침 해가 뒷산 마루에 먼저 당도하는 촉촉한 아침
비로소 가벼워진 가을의 마당을
나는 홀로 고요히 걷는다
[윤정인 약력]
전남 강진 다산초당 아래서 태어남
창작산맥 등단
세계시문학상 본상 수상
포렌컬쳐 최우수상 수상
세계시문학회 이사
시꽃피다 이사
문화예술포렌컬쳐 최우수상
김해예총 디카시 최우수상
맑은눈의쌀 대표
개인 시집 <다산초당 가는 길>
<시감상> -조선의 시인
〈저울에 앉은 가을〉
가을날의 쓸쓸한 풍경을 ‘저울’과 ‘천칭’이라는
독창적인 오브제를 통해 삶의 비장미로 치환한 서정시이다.
시인은 저녁노을에서 새벽을 거쳐 아침 햇살로 이어지는
시간의 도정 속에서 변화하는 자연을 응시한다.
이때 비를 머금은 구름과 전깃줄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의 불균형 속에서 방황하는 내면의 투사물이다.
인간은 불공평하게 기울어진 저울 같은 세상 속에서도
제 몫의 슬픔을 내려놓지 못한 채 살아간다.
전깃줄에 매달린 ‘작년의 낙엽 같은 슬픔’은
여전히 청산되지 못한 채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 과거의 상처를 의미한다.
그러나 시인은 아침 해가 비치는 마당을 걸으며
마침내 슬픔의 무게를 덜어낸다.
이 시는 자연의 순환을 통해 삶의 비극성을 수용하고
내면의 평온을 회복하는 성숙한 시선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