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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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분전
멸치의 자화상
채종숙
말라가는 육체의 변화가 낯설다
한때는 푸른 바다를 통째로 품고
거침없는 파도 속에서 눈부신 군무를 췄던 몸
은빛 비늘에 햇살을 달고
대양과 당당히 맞서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라는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수없이 머리가 떼이고
멍든 속마음마저 낱낱이 발라내어 져야 했다
누군가의 입맛에 맞추어
누군가의 기쁨이 되기 위해
나를 들볶고 조려온 날들이 있었다
대가리를 떼어내고 온전한 생각을 지워야만
쓰디쓴 내장을 비워내고 속울음을 삼켜야만
고소해질 수 있는 이 서글픈 생의 법칙
살아 숨 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
모든 숨이 멎고 말라버린 죽어서야
타인의 허기를 채우며 제 몫을 다한다
껍데기만 남은 지금
문득 사무치는 의문 하나가 목을 메어온다
나는 어디까지가 진정 나였을까
남겨진 이 한 줌의 부스러기는 과연 누구의 삶인가
[채종숙 약력]
시꽃피다 회원
광주서구문화센터 시창작 수강 중
<시 감상> -조선의 시인
바싹 마른 멸치 한 마리에서 노년의 고독과
헌신으로 점철된 인간의 일생을 길어 올린 수작이다.
한때 대양을 호령하던 푸른 생명력이 세상이라는
프라이팬 위에서 조려지고 볶아지는 과정은,
타인을 위해 자신의 주체성을 지워내야 했던
우리네 삶의 궤적과 아프도록 닮아 있다.
이 시의 절정은 머리를 떼고 내장을 비워내야만
비로소 '고소해진다'는 역설적 법칙에 있다.
생각을 지우고 속울음을 삼켜내며
타인의 허기를 채우는 존재의 비장함이
담담한 어조 속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모든 것을 내어준 뒤 탈탈 털린 껍데기와
부스러기만 남은 시점, 화자가 던지는
"나는 어디까지가 진정 나였을까"라는 질문은
서늘한 울림을 남긴다.
헌신이라는 미명 아래 소멸해 간 자아에 대한
쓸쓸한 성찰이 묵직한 여운을 완성한다.
아름답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