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식 작가의 수필 산책 * 어머니의 편지

수필, 소설

박연식 작가의 수필 산책 * 어머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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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식 작가

어머니의 편지

                         박연식
 
고향에서 어머니가 보내주신 수십 통의 편지를 자주 읽으면서 문학은 자라고 있었습니다. 비록 철자법은 틀렸지만 엄마의 관심과 사랑으로 채운 문장은 혼자보기 아까웠습니다. 먹을 갈아 붓으로 써야하고 장날이면 돈을 사야 할 곡식과 채소를 새벽부터 준비해야 할 열악한 환경에서도, 태기가 없는 큰 딸인 나에게 위로하는 내용을 써서 십리 길을 걸어 우체국까지 가서 부쳤을 그 정성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내가 첫째 둘째를 갖기까지 십 여 년 간 편지를 주고받았을 것입니다. 몇 장을 자랑하고 싶어서 여기 그 내용을 옮겨 보았습니다. 

향모 간절한 그리운 장녀 보아라. 
그곳소식이 너머나 돈절하야 답답 궁금하기 측량없다. 일월이 유수같어 우리모녀 몽중같이 상봉하고 훌훌 떠나니 우울 간절한 심회 모녀일반이다. 시하 존당 뫼시고 귀귀 신상 무양다식 하느냐. 인후하고 자별 하오신 오의 사돈께서도 귀체만한 하시 압고, 우선 나의 관중하신 애랑께서도 따뜻하신 슬하에 매일근무하시와 천금 같은 옥체 영안 하시고, 삼시지공 여일하시느냐. 사젓하게 보고 싶은 마음 생수에 비하랴. 여러 공자씨들 가정도 평화 융융하시며, 월남에 계신 너의 시제님 소식 자주로 통하시와 가장 답답하지 아니 허시느냐.

 대소제절도 균안들 하시고..... . (여기서 우리시댁 시아제 일곱 분을 공자씨들이라 표현하셨고 다섯째시아제가 월남파월중이기에 우리시댁은 항상 긴장상태였기에 우리친정어머니께서는 진심어린 안부를 물으셨다.
 
이곳어미도 무고하며 너의 부친께서도 두루 관렴 중 안녕하시니 안심하여라. 군대 간 너의 동생 흥식 소식 초월하니 답답하구나. 광주 너의 동생들 지난 일요일 자취산림 몇가지 챙겨서 다녀갔다. 록록치못한 학비에 애미 마음 싸락눈이 가슴에 싸인 듯이 짠하다. 적을 말 총총하나 이만 적는다. 소식 전하여라.                                                                        정미년(丁未年1967)사월 이십구일 모서.
 
애녀 임실 보아라.
일월이 흐를수록 간절하게 사복(思服) 되난 내야새끼 어미 본 듯이 살펴라. 양약 고열 삼복염천에 존고양위분 뫼시고 금의일신이 무양하다니 희열한 마음 측량할 수 없다. 더우나 추우나 가정훈련을 잘 받아야 장래 내게로 행복이 오며 온순하고 웃음이 깃들어야 복을 받는단다. 하고 싶지 않는 말도 시부모님과 남편 앞에서는 낭랑하게하면 어여쁘단다. 부디 삼강오륜을 잊지 말고 명심하여라. 너의 시부모님 양위분께서도 상봉하솔거나리고 댁내 태평 하신다니 자미 만만이다. 간절히 보고 싶은 나의 임랑께서도 이 염천에 귀후 여상하시고 자미 든든하시느냐. 무엇하러 약은 또 지어 보냈느냐. 미식이도 내 약을지어 가지고 와서 횸을 보았는데, 사가의밧사장 무안무렴하다. 그렇게 염려할 병은 아니다. 걱정 말 어라. 약횸을 얻어 제비 몸 날 듯이 포도독 날 것 같다. 너의 부친께서도 사위가 부쳐온 약이니 잘 다려먹고 주의하라 하신다. 너의 부친께서도 염천에 기후 만강하시니 복행이다. 흥식이 요사이 정식휴가 와서 십 일간 놀다 귀대하였다. 증조모님기일에 각처고모할머니들 노귀 년 많으시고 승염이라 못 오셨다. 광주 미식이 13일 날 왔다 갔는데 고상만 시킨 일 아연하다. 차후로 미루고 이만 적는다. 
                                                                                                         1968년 7월22일 모서. 

아가 보아라.
양 곳 소식이 돈절하여 두어 자 만 적는다. 너의 존고양위분께서 귀체후 일향만강하시고 임랑께서도 신상무양 하시느냐. 기다리는 태기는 너머 근심 말어라. 팔자에 크게 될 자손이 있을것이라드라. 그동안이라도 심려가 될라고 그리된 것이다. 자손을 늦 두라는 것이니 염려 말거라. 가내 혼솔 무고들 하시고 이곳도 다 무고하신다. 너의 부친께서도 정월23일 광주가시는 길에 날자있으면 장성 너에게 다녀 올 가 하시드라. 그리 짐작하여라. 이곳어미는 약을 먹어 큰 횸을 보아 이제는 뱃심도 있고 식음이 달고 원기가 회복 돼야 자미만만이다.                                                              1970년 동월 모서.

막내 여동생남편이 일본대학에 박사코스로 가서 있는 동안 어머니께서 동생산후수발 때문에 가시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보내온 편지 중에 두 통을 옮겨봅니다.
 
장녀 임실보아라.  
어미일생 밥만 먹고살 줄 알았는데, 쓸 곳 없는 어미를 너의 다남매것들 서둘러서 외국까지 비행기로 보내왔구나. 모두 어미 소망 큰사위덕분이다. 와서 보니 생각과 틀리더라. 현희 솜씨 좋아 자랑이다. 네가 지어준 김서방약도 크게 횸을 보아 식욕도 좋고, 몸이 더 가픈 허다하더라. 현희도 역시 기튼 몸에 약 한재 먹고 화용이 더 피어 난 것 갔다. 그 이튼 날 이곳저곳 구경하고 일본시장도 구경하였다. 어찌나 시설이 좋던지 생각할수록 일희일비(一喜一悲)다. 알뜰한 현희도 골목에 버려진 싱거미싱을 주어다가 아기 옷을 만들어놓고 자랑하더라. 김실 봉투에 함께 넣어 미안하다. 정실에게는 차후로 소식전하겠으니 안부 전하거라.                                                                84년 9월9일 일본에서 어미서.
 
임실 답서 보아라.
너의 옥필을 양수로 들고 줄줄이 읽을수록 우리모녀 정회인듯 허무한 수지라 맹랑하리요. 광음은 흐르는 유수같어 엄마가 외국에온지 발서 이 십여 일이 되었구나. 벌써 고국심신은 사라지고 지은이 모녀와 김서방 복음만족을 느끼며 하느님께서 축복하여준 덕택으로 23일 새벽5시에 득남하였다. 현희가 직접 운전 하고 가서 다섯 시간 만에 순산하였단다. 아기이름을 대한민국 꽃인 무궁화근자를 따서 근주라고 지어주었다. 은정이 남매것들 통학충실 하느냐. 일요일 날 김실 집에 국제전화 하였더니 안 받더라. 창희어미 일요일 날 전화 안 받아서 소식 궁금하다. 네 살짜리 우리창희 할미 부르는 소리 일본까지 들리는 듯 귀에 쟁쟁 안하에 상 그린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은 보고 싶다. 잠긴 설화 만권지로도 부족이다. 이만 줄인다.                                                              84년 9월28일 일본에서 어미서.
 
어머니가 고모에게 시집갈 때 가지고간 편지 즉 사돈서입니다. 미거한 딸이니 잘 봐주시라는 내용을 쓰신 것입니다.
                      

사돈서  
어둑수란 하와 자상하온 말씀 기록치 못 하것 습니다. 애녀를 두압고 고망하매 명문대가에 옥인제사로 쌍을 지으려 북두태학같이 바라올차 현덕 귀가에 결승가일을 정하옵고 남에 없사온 경사로 길행을 기다리옵던 차 무사히 받아 여아에 인친을 결혼하오니 비위광녕이 소망에 극하온중 정일이 소국하와 혼일을 당하오매 오의현서를 관망하오니 사모관대 풍골이 천상선관이 하관을 한 듯 화용월태 옥골미풍이요 천복으로 보온 즉 우마 중 기린이요 오작중 봉황이라 연치 간 준수 석복(惜福) 반야(般若) 묘묘(杳杳) 하시니 만좌중 기화라. 남녀노소 치하분분 하오니 평일화천 망우같이 바라온닷 합니다. 연이오나 납 한 일기 설색하야 백설은 만산 준야에 첩첩 고봉하며 삼춘화시 기화 요초 난 많하옴을 은근히 조롱하든차시 소 사돈 내외분 봉솔 가훈 안상 하시며 소저씨들과 숙질 분 봉화향태 청순다복들 하며 가정 화기 융숭하시나이까. 대소댁 축당 합내 제절이 두루 평안하신지요. 예는 가정 별고 없으며 내 여아 저에 내외 동방화촉원앙 녹수 대하는 것 같아 금실 우지 하는 거동 앙증 어여쁜 사정이 세간에 뭇 쌍인 듯 하며 향수같이 솟는 애정 하처에비하리요. 궁토벽지에 문견이 고루함에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빈궁한 소위 제행을 겸전하오니 낯없고 무미하오이다. 실례의 말씀이오나 혼례에 화려 극치한 범절은 당시에 화려한방식이 될 뿐이요 앞날의 행복과 불행에 가서는 아무 관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이와 같이 인식 하신다면 용서 하실 줄로 믿나이다. 할 말은 삼강수로 작연하여 오로봉 위필하여도 오히려 부족이오나 단문단언에 이만 졸필하오이다. 
                                               내내 송구영신에 태평한 소식 요원 앞. 무자 납월 순 팔일 민 상장. 
 
  

 [박연식(朴蓮植) 약력]
<수상 및 등단>
2025년 제25-54 한실문예창작 박덕은 전국 백일장대회 동상
2025년 제25-14 한실문예창작 박덕은 미술관디카시문학상동상
2024년 제 37회 광주문학상
2024년 제24-08 계간 아시아 서석문학 출판문학상
2024년 제2024-08호 시 우수상수상(주)영광21신문사 불갑산상사화축제
2024년 제24-23 한실문예창작 우수상 (제2회 전국박덕은 디카시문학상) 
2023년 제3회 전국신정문학상 시 부분 최우수상 (아버지의구두)
2022년 제12호 대한시협문학상 최우수상(수필부문)
2022년 통권14호 오은문학 디카시 문학 대상 
2022년 제2회 무성서원 상춘문학 최우수상(수필부문)
2022년 제14회 전국효사랑 글짓기 공모전 일반부 최우수상(수필부문)    
2022년 제12회 대한시협(수필부문) 최우수상
2022년 제20회 광주시인협회 시 작품상
2022년 광주문협 제1회 인터넷 백일장 수필 최우수상
2022년 광주문협 104호 수필부분 올해의 작품상
2022년 제22-07 문예상 신정문학 제1회 김해예총갤러리 시 부분(핑크빛 인생)
2016년 제9호 아시아 서석문학 시 신인상
2016년 제9호 아시아 서석문학 수필 작품상
2000년 통권103호 봄호 한국수필 신인상
<저서>
수필 [함께 밟은 페달], 수필 [울림을 녹음하다], 서간문집, 디카시집, 자서전출간
<문학활동>
전남일보 에세이. 광주문협이사, 서석문학이사, 시인협회이사, 김현승사업회 부이사장,
박용철기념사업회 이사, 청미래, 한실문예창작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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