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이런goya-택배

수필, 소설

사는게 이런goya-택배

GOYA 0 2020

분명히 말하는데 널 부른적은 없어

그런데도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널 기다리게 되는 군.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군 그래

널 큰 돈을 들여 부르거나 작은 돈을 들여 부를 때에도 기다리는 건 마찬가지였어.

넌 왜 그렇게 사람 애 간장을 녹인 후에라야 나타나는거니?

좀 더 수월하게 짠하고 나타나면 안되는거니?

짜식!

널 내 품에 안아보기까지 뭔 절차가 그리 많은거니?

널 움직이게 하기까지 눈에서 불이 나더라.

통장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검은 색 숫자에 활기를 불어넣어 랜선을 타고 움직여

너의 등뒤에 자리를 잡고 밀었다 당겼다를 반복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라.

색깔로? 혹은 가격으로? 아님 품질로?

수차례 너의 정체성을 주무르다가 결국 집어들어 장바구니에 담고는

널 잠잠히 기다리기도 해.

진한검정색으로 통장에 박혀있던 숫자는 홀연히 자리를 옮겨 너의 등을 떠다 민

주인장의 새 집으로 자리를 옮겨 안착하고는 환하게 웃더라!

나보다는 그 새 주인장이 임자였을까?

당췌 내 통장에 진득하니 자리를 잡고 있어줘야 할 까만 숫자는 널 바라보는 순간부터

어쩐지 어깨를 들썩이며 안절부절 하더라.

넌 그렇게 매력덩어리인거니?

허긴 이렇게 댓가를 지불해서도 잔뜩 기다리는데

부른 적도 없으면서 괜시리 지나가는 화물차량만 봐도 가슴이 콩닥거리니...

넌 하여간 내 애간장을 녹여대며 기다리는 순간을 두근반 세근반 무게로 눌러대는걸로 봐서

확실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는 존재야!

그렇다고 내가 너 때문에 사랑에 빠진거는 아니다.

자칫 빈털터리가 될소지가 있어 적당한 거리는 두자고.

?

ㅎㅎ 지금은 거리두기시대,살아남아야 하잖아!!!3ce69b6e553d13e2ce95b019ff7e46b7_1634891791_9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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