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4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4

제임스 0 2014

2021 제45회 가야문화 전국 백일장 일반부 참방 수상작


[에세이] 선물
민병식

10년이 넘게 단골인 미용실이 있다. 가격도 동네 미용실보다 비싸고 손님도 많아 예약을 하지않고 가면 한참 기다려야하지만 휴일에 바람도 쏘이고 기분전환도할겸 일부러 가기도한다.

미용은 중요한 자기관리의 하나라고 보기에 헤어스타일이 단정하지않으면 뭔가 정돈되지 않은 찜찜한 기분이어서 자주 커트를 하는 편이다. 미용실에가서 내 순서를 기다리면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잡지도 읽으면서 휴일의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헤어 디자이너와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미용실에는 손님의 머리를 커트해주는 헤어디자이너와 머리를 감겨주거나 펌을 할때 도와주는 보조역할 및 잔심부름 등을 하는 스텝으로 불리우는 사람 들이 있다. 스텝은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이라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플테고 하루에도 수십명 씩 다른 사라믜 머리를 감기느라 손에 물기가 마를 사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런데 왜 굳이 힘들다는 스텝이라는 일을 하고 있을까, 알고보니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는 청년 들이다. 머리 감기기, 두피 마사지, 펌 보조 일을 하고 일이 끝난 후에 틈틈이 연습을 해서 몇 년정도의 경력을 쌓으면 초보미용사가 되는데 그 일이 쉽지만은 않은지 수시로 사람이 바뀌고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이직률이 꽤 높다고 한다.

어느날 커트를 하러갔다가 낮이 익은 스텝 아가씨씨갗머리를 감겨주길래 물어보았다.

"보통 힘든일이 아닌데 오랫동안 다니시네요? 몇 달 안되서 다 그만두던데"

"여기서 미용기술 배울꺼예요. 헤어디자이너가 되려면 힘들어도 참아야죠"

"와! 진짜요? 의지가 대단하세요. 진짜 헤어디자이너 되시면 제 머리도 깎아주세요."

"정말이시죠? 약속하시는 거예요?"

"네 약속합니다"

진짜 헤어디자이너가 될 정도로 노력을 할까라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꼭 헤어디자이너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싶었다. 그 후로도 나는 계속 단골 미용실로 컷트를 하러 다녔고 어느 날 커트를 하러갔더니 진짜 그 스텝이 헤어 디자이너가 되어있었다.

날 보더니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자 않으시죠 고객님! 머리는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 하하 축하합니다. 드디어 해내셨네요!"

수 년을 버티고 기술을 연마하여 조연에서 주연이된 것을 보니 손님인 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얼마나 기뻤을까! 그 미용실에서 본 스텝 중 미용사가 된 딱 하나의 유일한 케이스란다.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다소 미용 기술이 서투르긴 하지만 초보헤어자이너의 단골이 되었다. 미용이 모두 끝난 뒤 그녀가 미용 제품을 선물로 준다. 가격이 꽤 나가는 것이었는데
마음만 받겠다고 하고 정중히 거절을 하였다. 너무 고마웠지만 미용사로써 이제 시작인데 그냥 받을 수가 없었서 그냥 제 값을 주고 구입을 하였다.

미용실에는 여러 부류의 헤어디자이너가 있다. 어떤 사람은 친절하고 고객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펌을 권유하거나 탈모방지 샴푸등 값비싼 제품을 사도록 계속 권유하는 사람도 있다. 판매금액의 일정부분을 받는다고 하니 이해는 하지만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다는 속담처럼 지나친 홍보와 권유는 손님 입장에서는 불쾌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고객응대서비스가 고객의 입장, 고객 위주로 제공해야 하는 것임에 일부 몰지각한 사람 때문에 전체가 욕을 듣고 그 나쁜 인식은 나아가 입소문을타고 퍼지게 마련이다. 진심어린 서비스인지 일단 팔고 보자는 상술인지는 고객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몇년 간 자신의 목표를 위해 참고 견디며 힘들었을 연습생의 과정을 이겨내고 어엿한 헤어디자이너로 자리잡은 멋진 그녀는 내게 믿음을 선물하였다. 비록 초보라 솜씨는 조금 서투를 지라도굳이 그간의 노력이면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 경우라고 생각한다.

세상 어디서에서든 진실은 통하는 법이다. 신뢰란 작은 약속에서 출발하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회사에서든 가정에서든 또 우리 사회의 어디에서든 믿음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면 더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나와의약속, 자신과의 약속을 지긴 그녀에게 오늘도 나의 소중한 머리를 맡긴다. 무척이나 기분좋고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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