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책상에 대한 묵념/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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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巨詩記)책상에 대한 묵념/복효근

GOYA 0 131
♡책상에 대한 묵념 / 복효근

누군가 아파트 한 켠에 책상을 버렸네
버려진 책상을 위하여 잠시 묵념

밥그릇을 치우면 끌어안고
숙제하던 그때는 밥상이 책상이었네

의자 놓고 공부하는 책상 하나 갖기가 소원이었던
그래서 책상에 대한 예의로 공부했던 날들이 있었네

지금도 짬뽕국물 튀길까 두려워
신문지라도 깔고 식사한다네

밥을 놓으면 밥상일 책상에 대한 예의로
아무리 멋져 보여도 책상에 다리 걸치지 않았네

하지만 오늘 버려진 책상을 보고
나도 어서 부자가 되어 책상을 버리고 싶었네

그리고
부자인 그와 나를 위하여 묵념

<복효근​ 1962년 남원 출생>
제9회 박재삼문학상 수상 외

♡시를 들여다 보다가

  책상이 없어 책상대신 밥상을 펴 놓고 밥을 대신하여 책을 벗삼던 시절이 있었다.시인처럼 의자놓고 공부하는 책상 하나가 소원이었던 시절이 지나 이제는 아무 거리낌없이 멀쩡한 책상을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시인의 말마따나 나는 부자인 것인가?하지만 나도 버려진 책상
을 보며 묵념을 아끼지 않겠고 책상에 대한 예의로 책상 위에
건방진 발을 올려놓기를 꺼리고 있는 1인중 하나이다.짬뽕국물
이 튈까 봐 신문지를 까는 일도 동일하며 부자인 척 거드름을 피우며 좀 더 좋은 책상에 앉아보기를 소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꼭 부자여서 좋은 책상에 앉고 싶은 건 아니다.시인이
해 줄 묵념의 대상이 되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책상 거 함부로 버리는 거 아니다.꼭 굳이 버려야 된다면 반드시
묵념이라도 해주고 버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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