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곡선의 매력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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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20:59

박덕은 제15대 광주문인협회 회장
문학박사ㆍ문학평론가
20여 년 넘게 매주 목요일마다 전북 순창에서 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출발 시간이 늦어지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국도를 탄다. 직선의 고속도로는 속도를 쫓아가는 포식자들이 가속의 고삐를 풀지 않아 숨이 막힌다. 반면에, 국도는 달과 꽃의 문양 닮은 곡선의 길들이 시선 끝에서 자라고 있어 여유롭다. 국도는 곡선을 놓아기르며 나무와 새소리까지 방목하고 있어, 순창 가는 길이 행복하다. 국도를 이용해 담양으로 들어서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죽녹원 천변길이 마음을 잡아끈다. 몸의 곡선을 흰빛으로 풀어놓은 백로가 수평의 나래 접고 천변의 물속을 걷고 있다. 백로의 부리에서 날개를 지나 지상으로 흘러내리는 곡선이 평온해 보인다. 심심한 아침이 첨벙거리는 백로의 발짓에 기분이 좋은지 그 낯빛이 환하다.
속도를 숭배하는 직선은 인위적이고 교만하지만, 유연한 곡선은 주변과의 어우러짐으로 여유가 있다. 사회에서 만난 한 지인은 사업을 크게 해 성공했지만, 늘 교만한 직선의 자세로 살아간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 높이며 대수롭지 않게 상대방을 짓밟거나 깔아뭉갠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그는 권모술수를 부리며 거침없는 질주를 감행한다. 속도의 채찍을 휘두르며 선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굶주린 포식자처럼 막무가내로 달린다. 그에게는 오직 남보다 더 빠른 속도와 과속의 욕구만 존재한다. 자신의 명예를 더 높이기 위해, 자신의 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집스런 직선만 밀어붙인다. 그가 움켜잡은 교만은 자신을 가둘 마음의 감옥을 속도 높여 짓고 있는데, 정작 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교만한 직선의 성향인 그와 달리 겸손한 곡선의 성향을 가진 그녀는 품이 넉넉하다. 그녀는 회사에서 간부급 위치에 있지만, 한 번도 내가 문학 강의를 맡고 있는 문학회에서 자기 회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냐는 나의 질문에 그때서야 그녀는 영업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묻지 않았다면, 그녀는 먼저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40여 년 가까이 일반인을 상대로 문학 강의를 했는데,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문학회에 와서 자기 회사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영업 이익을 확장해 나가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직선의 자세를 취하지 않고, 문학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곡선의 자세를 취했다. 그래서였을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그녀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배려라는 곡선의 힘에는 타인의 비탈을 받쳐주는 넉넉함이 있어, 문우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한다. 유연한 곡선의 은유처럼 그녀는 아픔의 배후까지 슬쩍 헤아려 주며 타인을 끌어안는다.
차는 담양의 죽녹원 천변길 지나 다시 국도를 달린다. 이웃과의 어울림이라는 곡선의 말씀 같은 국도를 따라 순창으로 향한다. 독선적인 직선의 고속도로가 아닌 곡선의 국도는 배려심 많은 그녀처럼 여유롭다. 그녀는 오늘도 부드럽고 유순한 곡선처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것이다.
길가에 꽃이 활짝 피어 있다. 곡선은 언제 오밀조밀한 꽃을 낳아 지상에 뿌리내렸을까.
[박덕은 약력]
*전북대학교 문학박사
*전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광주광역시문인협회 회장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호남매일신문 논설위원장
*새한일보 논설위원
*광주시민단체(523개)총연합회 대표회장
*노벨재단 이사장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남일보(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새한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화앤피플 신문 신춘문예 당선
*포랜컬쳐 신춘문예 당선
*사이버중랑 신춘문예 당선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
*동양문학 신춘문예 당선
*전남매일신문 수필 연재
*광주매일신문 평설 연재
*김현승 문학상 수상
*빛고을 문학상 수상
*여수해양문학상 수상
*항공문학상 수상
*광주문학상 수상(제1회)
*전라남도문화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초대 사무국장
*박덕은 미술관 관장
*강천산 박덕은 미술관 시비 오솔길 총 777기 시비 중 김현승 시비, 황진이 시비, 김영랑 시비, 박용철 시비, 김소월 시비, 박목월 시비 등 58기째 시비 건립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