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근 시인의 걷다가 쓰는 사진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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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7 10:33
묘도 다랭이 무논
유중근
입하立夏
모내기를 위한 무논에는
스테인드 글라스 전시회가 열린다
하늘에도 해
바다에도 해
다랭이논에도 해
내 마음에도 해
네 개의 해가 동시에 떠올라
화려한 축제의 서막을 알린다
백로도 둥지에서 잠을 깨고
올챙이도 꼬물꼬물
실뱀같이 휘어진 논길에는
삐비꽃이 하늘대고
품앗이 나누는 동네는 벌써부터 부산하다
그 언젠가 아름다운 생트 샤펠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보았지만
새기지 못할 기억조각이 되어 있고
묘도의 다랭이 무논은
자연이 만든 가장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
그 경이로움으로 하루를 연다
* '22.5.17 묘도 다랭이 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