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학, 화합과 언어로 이어지다
포랜컬쳐
0
210
2025.12.23 23:45

박덕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박덕은 교수 당선 축하/범기철 (시인·태권무 창안자)
광주광역시 문인협회장에 박덕은 교수가 당선됐다. 이번 선택은 단순한 인사 결과가 아니라, 학문과 창작, 현장과 공동체를 함께 걸어온 한 문인에 대한 문단의 깊은 신뢰가 응답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문학은 가장 오래 남는 문화의 형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어 속에 축적된 시간과 정신은 세대를 건너 도시와 시대의 정체성을 지켜낸다. 박덕은 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박 회장은 문학을 미적 완성에 머무는 예술로 보지 않는다. 그의 시선에서 문학은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공적 언어이며, 공동체의 기억을 보존하고 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문화적 장치다. 이러한 인식은 그의 연구와 글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된 문제의식이다. 문학이 개인의 감상에 머무를 때 언어는 가벼워지고, 기억이 사라질 때 공동체는 방향을 잃는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 점을 경고해 온 문인이었다. 특히 박 회장은 지역 문학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지역은 주변부가 아니라 가장 구체적인 삶의 현장이며, 보편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는 인식이다. 광주라는 공간이 지닌 역사성과 정신성은 그의 문학관과 깊이 맞물려 있다. 광주는 하나의 도시이기 이전에 하나의 문학적 기억의 공간이다. 이곳의 문학은 화려함보다 깊이를, 속도보다 성찰을 선택해 왔고, 현실과 거리를 두기보다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침묵보다 발언을 택하고,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며, 기억을 책임으로 끌어안아 온 태도는 광주문학이 지켜 온 중요한 문화적 유산이다.
박 회장은 이러한 광주문학의 흐름을 학문과 실천의 언어로 이어 온 인물이다. 그는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17년간 강단에 서며 한국 문학의 정신사, 지역 문학의 정체성, 문학과 시대정신의 관계를 연구·강의해 왔다. 동시에 광주문협 초대 사무국장(3년), 제2·3대 평론분과위원장(6년)을 역임하며 문학 공동체의 구조를 현장에서 다져 왔다. 신춘문예 8회 당선(중앙일보, 전남일보, 광주일보, 새한일보 등), 130여 권의 저서 발표, 『현대시 창작법』, 『소설의 이론』 집필 등 그의 이력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언어를 사유하고 실천해 온 시간의 축적이다.
그러나 그의 경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력이 아니라 태도다. 박 회장은 문학이 제도나 행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일상의 언어로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으로 보여 왔다. 각종 문학 행사와 공동체 활동을 통해 문학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고, 후배 문인 양성과 평생 문학도 교육에 힘써 온 그의 행보는 학문과 현장을 잇는 문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에서 박 회장은 회원이 중심이 되는 광주문협을 만들겠다는 분명한 공약을 제시했다. 정관을 총회 결의로 새롭게 정비하고, 작가들의 작품발표 확대와 공동출판회를 연 2회 이상 정례화하겠다는 계획은 문협을 실질적인 창작 공동체로 재정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 나아가 광주문협 발전을 위한 제안 공모사업과 행사기획 운영회를 신설해 안정적인 예산 구조를 마련하고, 회원 누구나 품격을 갖춘 지성인으로 화합할 수 있는 공정한 단체로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돈과 감투를 멀리하는 회장이 되겠다는 다짐을 회원들 앞에서 분명히 했다.
오늘날 문학은 빠른 소비의 흐름 속에서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문학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다시 묻는 박 회장의 문제의식은 더욱 중요해진다. 문학은 빠른 변화 속에서도 느린 질문을 던지는 예술이며, 사회가 스스로를 점검하는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밀도 있는 장치다.
박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 온 문학의 공공성은 광주문학이 축적해 온 정신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도시는 기억을 잃을 때 쇠퇴한다. 광주문학이 여전히 현재형으로 살아 있는 이유는 기억을 언어로 남기고 세대 간에 전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는 지금도 질문하는 도시다. 그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광주문학은 계속해서 새롭게 쓰여질 것이다. 박덕은 회장의 이번 당선은 한 개인의 영예를 넘어, 광주 문학이 다시 한번 시대를 향해 정직한 언어를 건넬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라 할 수 있다.
박덕은 회장은 오랜 연구와 실천을 통해 문학이 시대와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지를 몸소 증명해 온 문인이다.
그의 사유의 깊이는 뿌리가 되었고, 그 실천의 흐름은 여울이 되어 광주 문단을 앞으로 밀어 올릴 것이다.
광주문인협회의 새로운 항로가 이제 열렸다. 학문은 행동이 되고, 시는 기도가 되며, 문장은 시대의 맥을 잇는 혼불이 될 것이다.
지(智)와 여울의 시대정신을 향해, 손에 손을 잡고 나아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