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하 갤러리 * 화조도 박현영 민화 작가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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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 17:58
#민화 디카詩 감상
꽃과 새가 머무는 자리
박선해
바위 끝에 앉은 새 한 마리
먼저 눈을 들어 하루를 맞이하고
가지 위에서 내려온 또 다른 새
부리 끝에 작은 떨림을 건넨다
꽃잎은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바람 앞에서도 쉽게 놓지 않는다
노란 빛 하나
어둠을 밀어내며 가지 끝에서 번지고
붉은 꽃 한 송이
따뜻한 숨을 오래 품고 있다
바위의 깊은 주름
오래 견딘 시간을 가만히 드러내고
그 위에 내려앉은 발자국
살아온 하루의 무게를 남긴다
깃털 끝에서 흘러내린 색
서로 다른 길을 지나 여기서 만난다
바람이 스치면 꽃은 몸을 낮추고
새는 고개를 기울여
서로의 숨을 확인한다
말은 길지 않고 눈빛이 먼저 닿는다
믿음은 소리 없이 이렇게 자란다
누군가를 향해
몸을 조금 내어 주는 일
작은 체온 하나가
또 다른 체온을 불러 세우고
가지와 바위와 꽃과 새가
서로의 자리를 지켜 준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함께 버틴 시간이
깃털과 꽃잎 사이에 남아 있기 때문
오늘도 이 자리에서
행복은 크지 않은 모습으로
조용히 살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