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설강의 디카시 평론 마당 * 조폐공사/이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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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설강의 디카시 평론 마당 * 조폐공사/이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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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설강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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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학 사진作





조폐공사


밤낮으로 찍어낸

은빛 엽전 꾸러미

 

그늘 한 점 섞이지 않은

가장 정직한 통화가 익어 간다

                              -이성학



[평론 : 손설강] 바다조폐공사/이성학

 

생명의 노동이 주조한 가장 정직한 화폐


이미지 속 시 바다조폐공사는 바다의 굴 양식장을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공사'라는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한 짧고 강렬한 작품이다. 사실, 본질을 보면 그말이 그말이다

왜냐하면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들은 돈으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바다와 조폐공사: 낯선 결합이 주는 신선한 경이

이성학 시인은 인간의 인위적인 경제 공간인 '조폐공사'를 거칠고 푸른 '바다' 위로 

옮겨놓는다. 시각적으로 제시된 굴 양식장의 풍경은 얼핏 보면 그저 바다 위에 띄워진 

목재와 줄의 얽힘에 불과하지만, 시인의 시선이 닿는 순간 이곳은 밤낮없이 가치 있는 

무언가를 생산해 내는 거대한 공장으로 탈바꿈한다.


조개() 돈의 기원 

밤낮으로 찍어낸 / 은빛 엽전 꾸러미시인은 줄줄이 엮여 물속에 잠겨 있는 꾸러미들을 '은빛 엽전 꾸러미'로 비유한다. 굴 껍데기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을 은빛 화폐로 

치환한 이 표현은,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생명체가 곧 인간 세상의 그 어떤 재화보다 

가치 있는 것임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한다.

 

윤리적 메시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세상을 향한 점잖은 조소(嘲笑).

그늘 한 점 섞이지 않은 / 가장 정직한 통화가 익어 간다 인간이 만든 화폐와 자본은 

늘 탐욕, 위조, 기만이라는 '그늘'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다라는 조폐공사에서 

찍어내는 굴(통화)은 오직 자연의 순리와 정직한 시간, 그리고 어민의 땀방울로만 

'익어 간다'. 어떠한 편법도, 야바위도 통하지 않는 대자연의 정직한 노동과 결실을 

'가장 정직한 통화'라고 명명한 대목에서 시인의 깊은 통찰이 돋보인다.

 

{총평}

시각적 이미지와 시적 은유의 완벽한 조화

함께 제시된 사진 속 양식장의 빼곡한 구조물은 시를 읽는 순간 정말로 화폐를 

찍어내는 거대한 기계 장치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이성학의 바다조폐공사는 짧은 

정형성 속에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과 노동의 신성함을 '화폐'라는 현대적 자본의 언어로 

역설적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진짜 '가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바다를 통해 넌지시 풍자하고 있다.             -2026년 고성국제디카시 공모전 장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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