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철공소 * 김두기 제7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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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철공소 * 김두기 제7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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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성찰과 삶의 관념을 위해 끊임없이 연마하는 김두기 시인 1

 

                                                                                                     서평 박 선 해

 

김두기 시인은 자신의 인생길에서 유일한 인생 장르가 된 오로지 문학을 하는 참 시인입니다. 우리 삶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체득하며 사람과 사람의 굴레에서 느긋해지는 미소는 한층 그의 시를 더 농축하고 있습니다.

 

김두기 시인의 시 중에서 석부작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자연과 인간의 삶, 그리고 그 속의 고요한 인내와 희망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김두기 시인의 은은한 침묵과 인내의 미학이 여기에 고스란히 묻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도심의 틈, , 뿌리, 그리고 비와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석부작이라는 인공과 자연의 경계에 선 존재를 노래합니다.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로 시작하는 첫 연은, 말 없는 존재의 무게와 그 속의 고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인간의 내면, 혹은 삶에서의 침묵과 인내로 치환되니 치환법이 잘 사용되고 있음에 학습하게 됩니다. 은유에서도 그 표현력을 잘 갖춰 온 김두기 시인은 그 사이 한 줄기 뿌리가 안간힘으로 숨을 틔운다” “흙 한 줌 없어도 삶은 자리를 만든다와 같은 구절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겪는 어려움과 한계 속에서도 끊임없이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살아 있다는 건 피어남이 아니라 / 무너짐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문장은 이 시의 핵심 메시지로 읽힙니다. 삶의 본질이 성장과 성공만이 아니라, 상처와 무너짐을 받아들이는 데 있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이는 자연의 순환과 윤회, 그리고 인간의 내면적 성숙을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조용한 윤회와 기도의 시간을 자주 갖는 시인은 석부작을 통해 쇳소리 묻은 하루 위로 조용한 윤회가 감돈다”, “모든 견딤은 기도가 된다와 같은 구절에서 자신만의 독특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도시의 소음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조용히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과,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견딤이라는 기도뿐임을 일깨우게 하고 있음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시는 석부작이라는 작은 생태계에 투영된 인간의 삶을 통해, 침묵과 인내, 그리고 그 속에 깃든 희망과 재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돌과 뿌리, 그리고 계절의 변화 속에서 시인은 말 없는 존재들의 견딤과 그 너머의 조용한 기적을 노래합니다. 석부작은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과 인간의 내면을 절묘하게 겹쳐 놓으며 고요한 언어로 삶의 본질을 사유하게 하는 시입니다. 침묵과 무심함, 인내와 희망이 어우러진 이 시는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과 위로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7시집의 표지 제목이 된 시 햇살 철공소는 김두기 시인의 시 삶의 본래라는 아련한 느낌이 뭉클 와 닿아 대표하는 시집 제목으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겨울의 끝자락, 봄의 문턱에서 느끼는 내면의 변화와 자연의 부활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시인은 철공소라는 독특한 공간 이미지를 빌려, 햇살이 마치 금속을 벼리듯 얼어붙은 마음과 계절을 녹이고 새롭게 단련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시의 첫 연에서 움츠린 방 안의 그림자와 영양실조로 축난 마음은 겨울의 침체와 무기력함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실타래처럼 풀려’ ‘반가운 소리끝을 잇는다는 구절에서, 점차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내면의 변화를 예고합니다. ‘햇살철공소라는 상상적 공간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시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햇살이 용광로, 망치질, 벼려냄 등 금속공예의 언어로 변주되며, 겨울의 잔재를 녹이고 봄이라는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펼쳐집니다. 늘 시적 감각과 상징성을 염두 하는 시인은 여린 바람’, ‘여자들의 수다’, ‘목련의 주먹’, ‘꽃샘추위의 입술등 감각적이고 생생한 비유는 자연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를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부러졌던 가지거미줄 같은 햇살은 상처와 치유, 기억과 재생의 이미지를 겹쳐놓습니다. 상처 위에 초록의 문장이 새겨진다는 표현은 아픔 위에 새 생명이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로 읽혀집니다.

 

꾸준한 자기 내면을 다스리는 시인은 아직 겨울 속에 잠들어 있지만’, 동네와 산등성이에는 각자의 몸을 의뢰하는 주문서가 쌓이고, 햇살철공소는 바쁘게 묵혀 둔 시간의 쇳조각봄의 형상으로 깎아냅니다. 이 과정은 개인의 내면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 자연 전체가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의식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연에서 진달래 한 별’, ‘개나리 속치마’, ‘바람의 입술등 봄의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들이 펼쳐지며, ‘첫 입맞춤을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구절로 설렘과 기대, 새로운 시작의 감정을 마무리하는 햇살 철공소는 일상적인 자연의 변화와 내면의 감정, 그리고 영적 각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낸 시입니다. 독특한 공간적 상상력과 감각적 이미지, 세밀한 감정선이 어우러져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줍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행의 시간, 상처와 치유, 기다림과 설렘이 촘촘히 엮인 이 시는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인간의 내면도 끊임없이 벼려지고 새로워질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다음은 달맞이길, 어머니의 뒷모습해운대, 물 위의 시간이 두 편의 시는 부산의 대표적 명소인 달맞이길과 해운대를 배경으로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곳에 깃든 기억과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자연 풍경과 인간의 내면을 교차시키며, 사라짐과 기다림, 그리고 남겨진 자의 슬픔과 희망을 조용히 노래합니다.

 

달맞이길, 어머니의 뒷모습의 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통해 삶과 이별, 그리고 남겨진 자의 내면 풍경을 그립니다. ‘바다가 등 뒤에서 밀려오고 있었다라는 구절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현재의 삶을 조용히 감싸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 길은 사랑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의 귀향이었다는 문장은, 달맞이길이 단순한 추억의 장소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어쩌면 자신과 화해하는 공간임을 드러냅니다. 동백 아래 치맛자락이 바람에 젖고 돌계단 틈의 이끼처럼 지나간 말들이 눌어붙었다는 구절은 자연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어머니와의 추억,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시간 속에 고요히 쌓여 있음을 보여줍니다. 끝으로 누군가의 뒷모습은 끝내 마주할 수 없는 얼굴이라는 진술은 결국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진짜 모습을 다 알지 못한 채 그리움만을 안고 살아가게 됨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운대, 물 위의 시간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시는 해운대라는 공간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흔적, 그리고 기억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제 자리를 잃은 파도가 먼저 도착한다라는 첫 구절부터 해운대의 파도와 모래, 바람, 동백섬 등 자연의 이미지가 시간과 기억의 흐름을 김두기 시인 특유한 상징성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달맞이 언덕엔 달보다 오래된 기다림이 뜨고라는 표현은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들의 기다림과 그리움이 쌓인 장소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해안을 따라 확장되지만 풍경은 언제나 한 발 물러서 있다는 구절은 인간의 문명과 자연의 거리를 사유하게 하며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풍경의 묵묵함을 강조합니다. 바다는 기억하지 않지만 그 자리에 또 다른 발자국을 기다린다는 문장은 바다가 인간의 기억을 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그곳에 새로운 흔적을 남기려 한다는 인간의 존재론적 슬픔과 희망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이 두 시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인간의 감정을 아름답고 절제된 언어로 그려냅니다.

 

김두기 시인은 모든 시에서 보면 자연 풍경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장치로 활용을 잘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김두기 시인의 시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조용한 희망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어 읽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주어 성찰의 시간을 갖게도 하도 있습니다. 부산이라는 구체적 공간을 통해 보편적 인간의 정서와 삶의 진실을 섬세하게 포착한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시간과 생의 무게를 품은 존재 의식을 내포한 고목은 한 그루 오래된 나무를 통해 인간의 삶과 내면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시입니다. 시인은 고목이 가진 ’, ‘나이테’, ‘옹이등의 이미지를 빌려, 인생의 무게와 그 속의 희망, 그리고 상처와 성장의 의미를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가진 게 많을수록 잎은 바람의 표적이 된다는 구절은, 삶에서 소유와 집착이 오히려 상처와 시련의 표적이 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벗어낼수록 가벼워진 몸, 겨울 속을 걷는다는 표현은, 내려놓음과 비움이 오히려 삶을 견디게 하는 힘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통찰은 고목을 통해 인생의 겨울을 걷는 이들에게 상실과 열망이라는 깊은 공감을 줍니다. “옹이는 고통이 아니라 기억의 주름이라는 구절이 이 시의 백미입니다. 누구나 겪을 법한 성장기 상처와 아픔이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자 성장의 증거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꺾인 가지마다 옹이가 피어나듯 시련을 겪고도 더욱 단단해지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희망과 발전의 힘도 보여주는 김두기 시인은 이 부분에서도 그 모습이 여실합니다. “하늘은 먼 곳이 아니라 매일 올려다보는 곳 /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황혼을 밝혀간다는 구절은, 일상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고목이지만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존재, 그것이 곧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고목은 자연의 이미지를 빌려 인간의 삶과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 시입니다. 상실과 상처,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성장의 의미를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언어의 절제와 상징의 밀도가 돋보이며,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긍정과 연민이 잔잔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스탠드 속에 어둠의 집 한 마리가 산다는 어둠과 빛, 침묵과 움직임, 내면과 외면의 경계를 섬세하게 탐색하는 작품입니다. 일상적인 사물인 스탠드어둠을 통해 존재의 불안과 내면의 상처,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실마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인은 스탠드 속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어둠의 집 한 마리라는 독특한 이미지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집이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옹크려있다는 표현은 어둠이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주체적이고 의도를 가진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집은 밤마다 어둠을 짜 맞추며동아줄을 엮고 그 안에 사람을 살게 하려꿈을 문패로 달아둡니다. 이는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으려는 인간의 내면적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위치가 내려지고 벽이 숨을 죽이며 심장소리가 칼날처럼 퍼지는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을 드러냅니다. 시인은 빛의 중심에 닿으려 하지만 그곳엔 오래전부터 집 한 마리가 옹크려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빛인 희망, 구원에 쉽게 닿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와, 그 한계 속에서 어둠인 고통, 상처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자아로부터 완전히 자유한 해방을 꿈꾸는 김두기 시인이었을까! 하고도 느껴지는 집은 아픔으로 흔들리고 / 바라보는 공간은 점점 넓어진다는 구절에서 시인은 고통을 통해 내면의 공간이 확장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어둠의 그림자를 뒤로 둘수록 길은 물먹은 종이처럼 부풀어 오른다는 표현은 상처와 아픔을 마주하며 오히려 삶의 지평이 넓어지는 역설적인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집 한 마리가 문을 열고 / 나를 입장시킨다는 구절은, 시인이 마침내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 즉 어둠과 상처가 자리한 공간을 받아들이고 들어서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이는 자기 수용과 치유의 시작을 상징하며 독자에게도 자신의 어둠을 직면하고 화해할 용기를 건네는 압도적 힘을 이 시는 담고 있습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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