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간 * 꽃등에 새긴 사연 * 윤미옥 제2시조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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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간 * 꽃등에 새긴 사연 * 윤미옥 제2시조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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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섭리와 삶의 순수한 감정을 간결한 언어 속에 

따뜻한 철학을 담고자 그리움의 미학을 써내려간 윤미옥 시조시인



                                                              서평 박선해

 

 

바람에 실려 가는 마음 같이 조용히 피고 지는 무지갯빛은 이번 제2시조집에서 화자의 내면이 겪는 감정의 흐름을 평온하고 절제된 언어로 잘 묘사하고 있다. 더욱 농축되어 가는 점에서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번져나는 감성의 결이 시조 전체에 차분한 깊이를 더한다.

 

야생화의 생생한 성장 모습을 삽화로 그리며 꽃시조를 써왔던 윤미옥 시조시인은 <꽃등에 새긴 사연>으로 제2시조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번 시조집은 감각적인 이미지의 형상화에 특질을 잘 갖추고 있다. ‘그리움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꽃등이라는 시각적 매개체에 투영하여 구체화한 점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싱그런 꽃잎마다 곱게 물들인다는 표현은 그리움이 꽃의 생명력과 어우러져 더욱 선명하고 애틋하게 다가오는 긴장감도 갖추었다. 자연의 순리와 사랑의 설렘을 꽃등이라는 예쁜 소재에 담아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시다.

 

<담쟁이>를 읽으며,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담쟁이의 생명력과 우리네 삶의 궤적을 겹쳐보는 깊은 울림을 느꼈다. 담쟁이의 외적 모습인 올라감벽을 타는 행위를 통해 삶의 보편적 태도를 끌어내고 있다. 윤미옥 시조시인의 성향이 보이는 이 시조는 혼자가 아닌, 곁에 있는 존재들과 함께 고난을 극복하는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그것은 순응과 묵묵함이다. ‘바람에 의지하듯이라는 구절은 삶을 거스르지 않고,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면서도 자기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담쟁이의 유연함을 잘 포착했다. 이 시조는 윤미옥 작가의 근원적인 본성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담쟁이를 통해 초록의 희망을 덧입히는 생명 활동을 통해 우리 삶의 고통 또한 치유될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끔씩 흔들리는 삶/ 발자국을 남기네라는 마지막 행은 이 시조의 백미다. 그 흔들림조차 멈춘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 자체가 삶의 아름다운 발자국이 된다는 성찰은 읽는 이에게 큰 위로를 준다. 윤미옥 작가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라고 보여 진다.

 

<겨울사랑>계절의 경계에서 피어난 하얀 그리움이 짙은 이 시조는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마주한 서정과, 그 속에 깃든 애틋한 그리움을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랑을 대하는 화자의 태도다. 화자는 그리움을 숨기지 않고 가슴에 새긴 그리움/ 겨울사랑 이라네라고 담담히 명명합니다. 이는 지나간 인연을 단순히 슬픔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첫눈처럼 맑고 하얀 겨울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면화하려는 성숙한 감정을 보여준다. ‘바람’, ‘첫사랑’, ‘달콤함’, ‘하얗게’, ‘과 같은 시어들이 어우러져 시적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첫사랑 달콤함이/ 하얗게 물들었네라는 구절은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계절과 겹쳐지며, 차가운 눈 속에서도 온기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짧고 간결한 호흡 속에 깊은 감성의 여운을 담고 있는 시이다. 계절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지나간 사랑을 하얀 눈처럼 아름답게 기억하려는 화자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낙숫물 소리>는 낙숫물의 파동으로 그려낸 그리움의 미학을 볼 수 있다. 고요한 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청각적인 소재를 통해 그리움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쩌면 내면의 결핍과 그리움의 투영을 표현하고자 했나보다. ‘처마 밑 낙숫물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화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구슬픈 사연그리움을 깨우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뻥 뚫린 마음 한구석이라는 표현은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그리워하는 이가 느끼는 실존적 허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그 비어있는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모르는 화자의 막막함이 잘 드러나 있다.

 

후반부의 묘사는 이 시조의 백미다. ‘영롱한 이슬대롱인 님의 마음을 잇는 이미지는 그리움의 대상을 정화된 존재로 승화시킨다. 특히 똑똑똑 파고들면이라는 의성어는 낙숫물의 소리를 리듬감 있게 전달함과 동시에, 그 소리가 화자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심리적 침투 과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마지막 얼룩진 물결 울림은 낙숫물이 떨어져 만드는 파동처럼, 마음속에 맺힌 그리움이 잔잔하면서도 넓게 퍼져 나가는 애잔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텅 빈 마음의 한구석을 그리움이라는 파동으로 채워가는 과정이 참으로 아름답고도 먹먹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낙숫물 소리처럼, 독자의 마음에도 잔잔한 그리움의 물결이 퍼져나가는 따뜻한 울림이 느껴지는 시이다.

 

<가로등>은 도시의 밤, 가장 낮은 곳에서 비치는 가로등 불빛을 매개로 인간 내면의 깊은 그리움과 슬픔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공간과 대상의 재해석을 할 수 있다. 이 시조는 가로등이라는 인공적인 조명과 야생화라는 자연의 생명력을 병치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통 화려한 대낮의 꽃이 아닌, 밤길에 홀로 핀 야생화처럼 가로등은 누군가에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고독한 존재로 형상화된다. 가로등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화자의 내면을 투영하는 거울이자 밤새 켜져 있는 그리움의 등불이 된다. 밤의 정적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보았을 보편적인 고독을 절제된 언어로 아름답게 풀어낸 작품으로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골목길’, ‘깜박인다’, ‘눈물빛과 같은 일상적이고 서정적인 시어를 통해 읽는 이의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도 누군가를 향한, 혹은 나 자신을 향한 그리움의 등불을 켜두는 다정한 시편이라 할 수 있다.

 

<눈꽃편지>는 그리움이 빚어낸 순백의 서정을 담아낸다. 겨울의 차가운 정서 속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하고 애틋한 그리움을 아름답게 형상화하며, 계절의 변화와 자연 현상을 화자의 내면 풍경과 긴밀하게 연결하며, 읽는 이의 마음을 차분히 적신다. “눈송이 보슬보슬/ 살포시 뿌려지면은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청각과 촉각적인 부드러움을 선물처럼 제시하며, 내리는 눈을 그리움 조각으로 치환하고, 그것을 내님께 소식 전하듯편지로 형상화한 발상은 매우 서정적이다.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가시적인 편지라는 매개체로 엮어냄으로써, 닿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문학적으로 세련되게 담아냈다.

 

윤미옥 시조시인의 기교를 부리기보다 소박하고 담담한 어조로 그리움의 정서를 읊조리고자 하는 내면의 서정과도 같다.

 

<솟대의 그리움> 호수 위에 띄운 천년의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정적인 풍경 속에 담긴 동적인 감정의 파동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이 시조는 솟대라는 한국적인 오브제를 매개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바래지 않는 그리움의 본질을 호수라는 공간에 투영하고 있다. 달빛 아래 일렁이는 물결은 곧 화자의 마음이 되어, 멈추지 않고 맴도는 그리움의 형상화가 된다. ‘홀연히 지나가는 세월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통해 시상을 확장한다. 여기서 솟대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천년의 약속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한 상징물로 변모한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솟대의 모습은, 화자가 가슴에 묻어둔 애달픈 그리움을 지탱해주는 기둥과도 같다고 보아진다.

 

윤미옥 시조시인의 작품은 때때로 조사나 기타 불필요한 어휘도 있으나 저자의 내면적인 감성이 부르는 노래로 보아 존중한다. 전체적으로는 절제미가 뛰어나다. 자연과 교감하는 따뜻한 시선과 지나간 시간을 향한 깊은 애수가 잘 어우러져 있다.

 

윤미옥 시조시인의 제2시조집 <꽃등에 새긴 사연>의 출간을 축하드리며, 독자로부터 많은 공감을 불러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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