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인가 공간인가 * 강선기 최신간 시집 출간
문 밖에서 들리는 바람의 씨앗소리들, 가끔은 피하고
때때로 헤어보는 존재들을 반기는 강선기 시인
떠나가고 돌아오는 모든 생에 소용돌이의 유전적 요소들은 그 안의 고요와 시로써 다스리며 습지의 아성들에도 파문의 중립을 놓는 강선기 시인이다. 시를 쓴다는 건 자신 안의 불순물을 제거하듯 삶에 대한 철학이 깃들었다. 갖가지의 어떤 구호이던 거창한 수식어로 치장하지 않아도 된다. 깊으나 얇으나 굳이 변명처럼 시를 휘잡으련 것도 아니다. 그의 내면은 중후하고자 하는 나름의 관념이 시의 곳곳에 서 있다.
강선기 시인은 굳이 독자로부터 자신의 시적 가치관을 과시적으로 표현하려 하지 않고 과거나 현재나 앞으로도 그러할 것인 시간이 걷는 데로 머리맡의 기억처럼 남기고자 한다. 시인은 이미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자기의 주관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살아오면서 상처와 허무의 생각 그리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진실 되고 또 진실 되게 살고자 한다. 시의 곳곳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세상은 바람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성토하고 있다.” “그 경험들을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나는 시간인가 공간인가⟧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 1부에서는 쉼으로 부터 시작하여 장마에서는 아버지를 들었다. 나와 마주하는 나는 나인가 에서는 나와의 투시를 통해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세상을, 제 2부에서는 노동자의 하루 빛을 삼킨 산사 새벽을 찾아가는 사람, 제 3부 나는 나에게 무엇을 해 주었나, 놓은 것은 떠난다고 하고 있다. 제 4부에서는 결국 세상의 이익을 쫒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 속으로 들렀다 가는 시인은 늘 어지러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어릴 적부터 이루고 싶었다는 소원을 중년이 되어도 이루고 싶어 하는 시인의 정신세계가 아름답다. 그래서 “너의 고운 가슴 더듬는 어린 소나무라고 순순함을 잃지 않고 있다. 제 5부에서는 세상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살아가는 그 틈에서 각박하지만, 자신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근심 ․ 걱정을 뜯어 먹고 라며 이야기한다. 약간은 지쳐있는 심리적 상태를 보이지만 아직도 건강하게 세상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같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고 말한다.
강선기 시인은 칠흑 같은 지리산 마을에서 태어났다. “산자락으로 내려오는 쇠마이골을 아시나요?” “상촌 중촌 하촌 부락이 얼기설기 거미줄을 치고 살아가는 고향 대숲에 갇혀 어둠살이 짙어질 때면 마을이 사라지는 곳입니다.” “아버지는 못 망태를 허리에 차고 새마을운동 초가집 양철지붕 개량 일을 했고 어머니는 해 긴 봄날 밭고랑을 후비 파며 명줄을 연명 했지요.” 옛 시절 국민 학교라 불리던 학교 가는 길은 4km를 걸어 다녔다고 한다. 산골에 들은 좁고 산은 척박하여 먹을 것이라고는 고구마와 밤뿐, 고구마는 먹어도 안 먹은 것 같고 안 먹어도 먹은 것 같은 덤덤부리한 거북함이 늘 몸에 배여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한 “어리고 여린 동심이 지금에까지 흘러와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틈틈이 가질 수 있는 것 같다”며 아무것 먹을거리 없어도 다시 돌아가도 좋을 고향은 살아가는 생명이 되었고 생존해가는 이유가 된다고 다부진 소리하나 털어놓는다. 그러다 떠날 때는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이 세상과 멀어지면 자신은 기차 철길 위에서 달리다가 쉬어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마치 깨달음을 이룬 것처럼 시를 읽고 나서 독자는 방랑객이 되어 시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있다. 깊은 사고가 있는 시에서 깊은 생각으로 들어가는 재미가 참 좋은 시다.
강선기 시인만의 독특한 철학이 드러나는 훈훈한 시세계에 함께 하시어 누구나 홀로 가는 길에 혼미한 일상의 둔탁한 흔들림이 있거든 가슴 속 울컥임처럼 마음 한줄 잡아주는 정체성을 찾는 희망의 시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치유와 행복을 안겨주는 시집으로 오래 오래 머물며 기억되길 서원합니다. 첫 시집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서평 박선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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