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인고야 -최병석 콩트집

사람과 책

콩트인고야 -최병석 콩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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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유쾌한 반란


- 최병석 콩트집 <콩트IN고야`>


                      차용국 시인ㆍ문학평론가


  허벌나게 바쁘고 복잡한 세상이다.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할 일은 층층 쌓이기만 하고,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삶은 매일 긴장의 연속이다.

뇌는 매 순간 쏟아지는 엄청난 량의 정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짬을 내 좀 쉬고 싶은데, 우라질! 스마트폰이 깐족깐족 딴지를 건다.

현대 기술문명의 이기가 삶의 곳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이 시대는 잠시의 고요한 쉼조차 방해한다.

  정보통신기술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우리는 분절된 시간을 살아간다.

일상은 파편처럼 조각과 조각이 떠도는 시간이다. 이 짜투리 시간도 실은 모아놓고 보면 만만한 양이 아니다.

우선 손쉽운 SNS를 통해 해소한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그것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읽은 책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책을 펴고 무조건 읽어내는 일은 적절한 것이 아닐 듯하다.

책도 내용과 구성에 따라 여러 유형의 분절된 시간의 크기와 속성에 알맞은 선택이 필요하다.


  모든 문학은 나름대로 독특한 양식과 쓰임세가 있고, 좋아하는 독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물론 독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콩트(conte)도

 이 시대의 특성에 부합하는 유용한 문학 작품으로 자리 메김 할 수 있다고 본다.

  콩트는 일반적으로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서사 양식의 문학이다.

손바닥에 쓸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란 의미에서 장편소설(掌篇小說)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이는 나뭇잎처럼 작은 지면에 쓰는 이야기라고 엽편소설(葉篇小說)이라고도 하고,

미니픽션(minifiction)이라고도 한다. 명칭이야 어떻든 공통된 견해는 하여튼 짧다.

그럼 어느 정도 짧은가? 딱히 이거다 하고 정해진 바는 없지만, 대략 200자 원고지 20~30매 정도다.

컴퓨터로 글을 짓는 요즘 시류로 말하자면 A4용지 2매 정도의 분량으로 보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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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트는 비록 짧은 서사 양식이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구성에 있어서 만만하지 않다.

삶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안목이 필요하고,

그것을 적절히 전개하며 표현할 수 있는 고도의 기법이 요구된다.

이야기의 줄거리를 기발한 대화와 묘사로 압축하여 풀어가면서

갈등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급격한 반전으로 결말에 이르는 서사 기법이 콩트의 백미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동원한 간결한 기지와 유머와 풍자와 서정은

한순간에 지적인 호기심과 흥미를 몰고 오는 놀라운 효과를 유발한다.


  언어의 활용과 문체의 개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시대감각에 동떨어진 언어는 우선 작위적인 느낌을 유발한다.

실생활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포착하고 생동감 있게 살려내야 한다.

장황한 설명이나 지당하신 교훈적 문장은 지루함만 더하니 사절이다.

핵심을 예리하게 포착해서 압축하여 표현하는

나만의 개성이 톡톡 튀는 고도의 언술 기법으로 무장해야 작품이 산다.

 

  최병석의 콩트(conte)집 <콩트IN고야>은 위와 같은 콩트의 문학적 속성과

작가의 개성적 특성이 잘 버무려진 맛깔스런 비빔밥이다.

작품의 내용과 주제를 개성 넘치는 문장에 고스란히 내장하여 살려내고 있다.

순간적으로 급변하는 반전과 풍자의 그물에 걸려든 눈은 작품에서 떨어져 나올 수 없다.

  물론 그의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몇 작품 예를 들면, 집에 쌓아둔 물건 잘 버리기의 에피소드인 「버리스타」,

동명이인에 얽힌 치과 진료 일화인 「홍길동전」,「카풀」시간 때문에 긴장했던 일 등은,

어쩌면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쯤은 겪었을 경험일 수도 있겠다.

  한편, 그의 작품은 추억과 현실의 얼개를 통해 삶의 아이러니를 흥미롭게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하숙의 추억에 관한「하숙집 딸」, 옛 애인과의 재 만남의 설렘에 얽힌 일화인

「러브워터」등에서 인생의 씁쓸한 추억의 단면을 들추어내기도 한다.

  더하여 삶의 꼬인 매듭을 확 펼쳐 보이는 풍자를 통해 유쾌한 반란을 시도한다.

예를 들면, 50대 중년 남자의 생일을 풍자한「해피 벌쓰데이」나, 어머니의「칠순잔치」에

초청한 뽕짝 가수 친구가 자신의 18번 곡 “내일이면 간다네~, 내 곁을 떠난다네~”를 부르는

난감한 상황을 작가만의 기발한 풍자의 기법으로 오히려 폭소를 끌어내고 있다.


  이외의 작품을 다 소개하는 것은 독자의 읽을 권리를 방해하는 사족이 될 듯하다.

역시 직접 읽고 느끼는 것이 최고다.

번쩍하는 한순간을 포착해 재기와 상상력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최병석의 작품 세계로 뛰어 들어 가시라.

지금 이 책을 펼쳤다면, 이미 당신은 빠져나올 수 없는 최고의 유쾌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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