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문학 특선 9 * 별빛이 머무는 저녁/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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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문학 특선 9 * 별빛이 머무는 저녁/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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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학 작가


별빛이 머무는 저녁

                        이문학


해가 천천히 마음을 접어
산 너머로 사라지는 시간,

하루 종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살아낸 사람들이
조용히 자기의 슬픔을 꺼내 놓는 저녁.

가로등 하나 켜질 때마다
누군가는 그리움을 떠올리고,
창문 하나 밝아질 때마다
누군가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름을 부른다.

별은
하늘에만 뜨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슴에도 뜬다는 것을
나는 오래된 외로움 속에서 알았다.

보고 싶다는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해
밤마다 작은 빛이 되어
눈동자 가장자리에서 흔들리고,

괜찮다는 말은
가장 슬픈 사람이
가장 먼저 배우는 인사라는 것도
늦게야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어둠을 함부로 지나치지 못하고,
한 사람의 침묵 앞에서
오래 서 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별빛이 머무는 저녁에는
잊었다고 믿었던 마음들이
하나둘 돌아와
가만히 내 이름을 불러준다.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을 잃은 채
오래 그 자리에 머무는 것,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도
끝내 누군가를 위해
자기 몫의 반짝임을 포기하지 않는 것.

오늘도 하늘은 말없이
수많은 그리움을 별로 띄우고,
나는 그 아래서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를 하나씩 주워 담는다.

울지 않기로 했던 사람도
끝내 가장 환한 별 앞에서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자기 마음의 문을 열게 되므로.

별빛이 머무는 저녁,
당신도 어딘가에서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면,

부디 알기를.

이 세상에는 아직
끝까지 당신을 기다리는 빛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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