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문학 특선 18 * 봄을 캐는 손/임하영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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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10:03
봄을 캐는 손
임하영
겨울의 마지막 얼음이
땅속에서 조용히 숨을 거둘 때
산비탈 어딘가에서
가장 먼저 향기로 일어서는 이름,
두릅.
아직 풀잎도 말을 아끼는 아침
나는 흙의 주름 사이를 더듬으며
봄의 맥박을 캐낸다.
쌉싸름한 향 하나
혀끝에 닿는 순간
지난 계절의 긴 침묵이
비로소 풀린다.
봄나물들은
모두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다.
고사리의 둥근 손끝에는
돌아올 날을 접어 둔 시간이 있고
냉이의 가느다란 뿌리에는
땅속 깊이 묻어 둔 희망이 있다.
그리고 두릅,
가시에 둘러싸인 그 연둣빛은
오래 참고 견딘 마음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밀어 올린
작은 깃발.
나는 안다.
향기란 결국
기다림이 피워 올린
보이지 않는 꽃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산바람 속에서
두릅 한 줄기를 꺾으며
봄을 한 번 더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