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넷째 주장원 아부지꽃- 신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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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넷째 주장원 아부지꽃- 신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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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입만 생각하고

하늘만 바라보며 산다

가을 오면 고달픈 얼굴

밥꽃이 핀다

 

_신경자

이 세상 아버지들은 고독하다. 평생을 처자식을 위해 살다 가지만 자식들은 엄마라는 신 적인 존재에 밀린다. 생물학적으로는 엄마 뱃속에서 나와 엄마 품에서 자라는 포유류의 특징이라고한다.

 

아버지아부지어감의 차이는 머리에서 나온 낱말과 가슴을 훑고 나온 낱말 차이라고 하고 싶다. ‘아부지꽃이라고 명명한 신경자 시인은 벼꽃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저런 제목을 붙였을 수도 있다. 참으로 참신하고 조신한 발상이다.

 

아부지꽃은 스스로를 장식하지 않는다. 화려하지도, 눈길을 끌지도 않는다. 오직 자식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피고 지는 꽃이다. 그 무심한 푸르름 속에는 아버지의 깊은 마음이 숨어 있다. 식탁 위에서 다시 한번 밥꽃이 된다. 결국 아부지꽃밥꽃은 다르지 않다. 땅에서 피어나 우리에게 건네지는 부정(父情)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지만, 세상 아버지들은 힘들어도 억울해도 남자라는 이유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게 아버지는 늘 곁에 있으면서도 조용히 피고, 곡식처럼 묵묵히 영글어 자식들 입으로 밥들어가는 걸로 만족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잖은가. 가장 좋은 기쁨은 자식 입으로 밥들어가는 것 하고 내 논으로 물들어가는 것이라고.

 

새벽 논두렁을 사랑하시던 내 아부지. 두어 번 접어올린 넓은 바짓단이 축축해져서 들어오시던 아부지가 그립다. 다가오는 한가위 때문일까.

 

 

감상: 손설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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