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특선작 * 이달의 詩(11월) * 자전거 * 김두기 시인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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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7 11:17
김두기
밤새도록 내린 눈을 덮고 잠든 자전거
멈춘 바퀴에는 꿈을 꾸는 듯
길 하나가 연결되어 하얗게 가고 있다
무거웠을 게야
달려오고 달려가야 할 무게들
아버지는 그 하얀 차가움을 온몸으로 맞으며
혼자만의 눈물을 자전거에 실었을 것이다
남자라서 가장이라서
함부로 속도를 내보지도 못하고
저렇게 서 있는 자전거처럼
수북하게 아주 많이 수북하게 마음을 덮고 살아왔다
두 다리가 아프도록 끊어질 것 같은 근육도
조여 오는 현실적 무게에 달렸든 것이다
나도 이제 눈을 맞는다
내 어깨를 덮은 눈에서 바퀴가 굴러간 흔적이 생긴다
아버지
나지막하게 불러보는 아버지
가정의 생계를 싣고 달렸던 아버지
낡고 부서져 누워 눈을 싣고 있는 자전거
오늘은 어디로 가시려 하나요
어느 길에서 어느 하루를 품으려고 하시나요?
눈에 덮여 얼핏 실루엣만 보이는 자전거
아버지의 실루엣에 가슴이 글썽입니다
따르렁 따르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