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문학 특선작 * 거름 * 이혜선 시인편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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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07:34
거름
이혜선
화원에서 어린나무를 샀다
싹을 틔우고 열매 맺기를 바라며
양질의 거름을 흙에 섞는다
쑥쑥 자라다 영양이 부족해지면
시름시름 아파하려나
그때를 난 알아챌 수 있을까
한평생 건강하게 살 만큼의 거름을 한 번에 다 줄 수는 없다
여러 번의 분갈이를 하며
양질의 거름을 섞은 흙을 또 보태주어야 하겠지
부목도 단단히 묶어 주어야 하겠지
살면서 겪는 시련은 그런 건가
성장하려면 분갈이하듯 나의 틀을 벗어나야 하고
슬픔을 거름 삼아 내 뿌리를 길게 뻗어야 하는 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성장하는 시간
슬프고 아픈 일을 극복해 내는 것만 한 거름이 어디 있을까 하며
힘들면 서로에게 기대기도 하고 부목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거지
그렇게 사는 거지
2024년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