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동행 * 포랜컬쳐 특선작 * 늦은 밤, 초췌함을 벗다 * 김단 작가
포랜컬쳐
0
146
02.08 22:11
#포랜컬쳐 문학상
#부문 시
#최우수상
늦은 밤, 초췌함을 벗다
김단
해가 지고
별이 뜬다
이젠
더 이상
지구 위에 서있을 힘조차 없다
하루의 흔적을 지우는 시간
피곤함이 극에 달한 듯
나는 초췌한 모습으로 어둠 속 장벽 앞에 서있다
궤도를 벗어난 듯
의미 없는 상식이 무질서하게 춤을 춘다
일정한 모습으로 선보일 줄 알았건만
바람이 분다
알 수 없는 회한의 바람과
견딜 수 없는 분노의 바람이
뜨거움을 동반한 채 목구멍 아래까지 불어온다
삶과 삶의 공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모습이 안스러울 뿐이고
삶에 대한 허기는 왜 채우려 하지 않았는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장막 같은 어둠에 갇힌 채
나는 나를 본다
금전을 쫓느라 찌들어 버린 모습을
삶에 찌들어 탈색된 회색빛 허물을
이젠 그만 털어내리라
혼탁해진 펄 빛 마음을
이젠 그만 벗겨내리라
힘겨운 생물학적 고뇌를
핏빛보다 더 선명한 삶을 위하여
꿈보다 더 아름다운 꿈을 마음껏 한번 꿔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