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웠다 천상으로
늘상 발돋음으로 끝나는
오랜 꿈
한줌 바람에 흩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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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동남아 여행에서 풍등 날리기 체험을 한 적이 있다.
풍등 축제는 소원이나 축하의 의미를 담아 풍등을 하늘로 날리는 행사다. 형형색색의 풍등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광경이 장관이었다. 우리나라 대구에서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이와 같은 행사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임순 시인의 디카시 ‘풍등’은 운무 위로 떠 있는 빨간 케이블카를 찍고 ‘띄웠다 천상으로’라고 첫 행을 시작한다.
소망을 품고 불꽃을 태우며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는 풍등. 화자의 ‘오랜 꿈’은 늘 발돋움만으로 끝났지만 이번엔 아니다. 과감히 하늘로 띄워 보냈다. 얼마나 오래되고 뜨거운 열망이었기에 붉은색으로 타오르고 있을까.
그런데 화자는 알고 있다. 그 꿈이 ‘한 줌 바람에 흩어질’ 것이라는 걸. 꿈이 비로소 하늘에 닿은 순간, 풍등은 자신을 태우고 한점 재로 날아간다. 이루지 못한 채 남아 있던 꿈, 간절한 소망은 안타깝지만 헛되이 공중에서 소멸된다.
생의 허무에 대해서는 일찍이 선각자의 깨달음이 있었다. 지혜와 부귀, 명예와 권력의 대명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솔로몬 왕은 세상의 온갖 것을 다 거머쥔 사람이지만, 마지막에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인생의 총평을 남겼다.(전도서/구약성서)
여기서 '헛됨'은 단순한 염세주의가 아니고, 삶의 허무와 수수께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신 앞에 겸허하게 서라는 현실로의 초청이다.
니체를 위시한 근대 서구 철학자의 허무주의 사상도 단순히 부정적 사상이 아닌, 인간 존재의 근본적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을 촉구하는 운동이었다.
삶의 덧없음을 아는 자만이 진정한 꿈과 희망, 열정의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다. ‘풍등’ 작품은 시인의 인생의 경륜에서 나온, 삶의 결에서 끌어올린 깊은 깨달음을 전해준다. 한 줌 바람에 흩어질 꿈 그 덧없음을 알기에,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에서 잔잔한 희망의 불씨를 소중히 간직하고 살자고 하는.
풍등으로 비유된 빨간 케이블카 안에는 사람이 타고 있다. 결국 사람이 소망이다.
다른 꿈은 몰라도 사람을 위한 사랑의 기도는 영원히 소멸되지 않으며 땅에 떨어지는 일도 없을 것임을 믿는다.
_선정 및 감상 : 현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