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3회 김해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1

공모전

2023년 제3회 김해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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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상 화가作



1월 최우수작

꽃은 어디에도 피더라


              윤기환


한 조각 바닷물이 꽃을 피우고 싶은가 보다


생떼를 부리는 아이처럼

염전 한자락 차고앉아 짠물밖에 없는 몸을 쥐어짜고 있다


바람은 안다

흐르는 물줄기는 조용한 아침에 안개꽃을 피우고

하루를 마감하던 태양빛도 서산에 걸터앉아 붉디붉게 피어나고

깜깜한 하늘에도 밤새도록 꽃을 피우는 별들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한 번쯤은 꽃이 되고 싶어 하지만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거리는 사랑과 가슴을 파고드는 이별의 아픔을 알고 나서야 한여름 소나기 같은 무지개가 피어나고

텅텅 비어있는 오동나무속에 검은 강이 흐르는 것을 알고 나서야 깊다란 울림과 함께 아련한 꽃이 피는 거더라


대나무가 꽃을 피우고

아슬한 절벽에 매달린 바위가 꽃을 피우고

짠물에 녹아있는 갈매기 눈물에도 꽃이 피더라.





1월 우수작

1월 / 이둘임


단단히 뭉쳐진 마음으로 하루를 열고

열두 달을 건너갈 무장된 두툼한 어깨에 힘을 싣는다


꽉 싸맨 언 땅은 냉기 가득한 얼굴인데

어제 몽상하던 그 길에서

몽롱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서 본다


누구도 꽃 눈 떴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벽두부터 힘겹게 버티는 살림살이 이야기와

한파 주의보가 안부를 전한다


휑하니 지나는 찬 바람

어깨를 짓누르듯 스치며 조롱한다


살얼음판 길에서 발걸음을 옮긴다

하나 둘 셋

1월 2월 3월 입맛을 다셔본다

몸이 출렁거린다


멀리서 영롱한 햇귀가 밝아온다.






1월 우수작

평행선


     하늘꽃 윤 외기


가슴 위에 드러누워 달그락

말 없는 감정이 가슴 열고 나와

바람결에 흔들리는 가엾은 이파리

가늘게 떨리는 입술의 반란도 

얇게 도포된 그리움이 살갗을 덮고 

느닷없이 안겨 오는 슬픔처럼 

그립다 못해 쏟아져 내야 할 눈물

가슴 속에서 흘러내리더니 

얼굴로 역행하는 진한 모습에

그리운 눈물로 싸락싸락

가슴에 문대어가는 그리움 

흩뿌려지는 허공을 날아가는 그것은 

사랑 찾는 그리움이 허공에 뿌려져 

가슴속에 안겨드는 사랑이 

미련으로 부대끼는 아쉬움에

두 손 그리움 잡고 저 멀리

함께하는 그리움과 보고 싶음이

나란히 평행선처럼 끌어안은 

두 손의 운명은 끝없는 사랑이란다






1월 우수작

장미로 산다는 것


            장원의


장미도 가끔은 속으로 운다


장미로 살아간다는 것은

안으로 참아 견딘 상처들이

가시로 돋아나는 아픔을 견디는 일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뾰족한 가시가

누구도 찌르지 않도록 다독이는 일이다


다독이고 참아낸

그 길 끝에서

오롯이 장미 한 송이를 피우는 일이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장미도 가시를 품은 채 꽃을 피운다


꽃으로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달빛도 숨는 밤에는

제 몸에 돋아난 슬픔을 향기로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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