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3회 김해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공모전

2023년 제3회 김해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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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상 화가作



4월 최우수작 없음


4월 우수작

사십 년만 더 만나세 


                       유중근                                   

        

제주도에서 배 타고

강원도에서 산 넘고

전라도 충청도 전국 방방곡곡

내신 삼 퍼센트 똘똘한

까까머리 소년들이

공단동 111번지

금오산 아래 낙동강가에

모래톱이 쌓이듯 모여들었네


조국근대화의 기수

공업입국의 최선봉

가난만은 떨쳐보자

금의환향 꿈꿨지만

특수학교란 속박 속에

자유롭던 청춘은 

어느새 금오탑 벚꽃 따라 사라진

허울 좋은 금까마귀였네


선배들에게 엉덩이 맞고

꼬라박은 상태에서

'고향의 봄' 노래 부를 때도

고향은 멀어 그리움만 멍들었네


삼 년간 기술 배우고 군사훈련 받고

더블백 메고 모교 떠날 때도

기약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

그 서글픔에 또 한 번 울었네


금오공고 8기 졸업 사십 주년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고

희어진 머리 주름진 이마

어느새 이순이 되었지만

같은 형편 같은 생각으로

같은 길을 걷던 친구들이여

멋지게 잘 살아 여기에 모였다네


그동안 각자 사느라 바빴지만

이제야 진정 우정이 보인다네

지난 사십 년 다진 동기애同期愛

앞으로 사십 년은 우정애友情愛로 만나보세

팔팔하게 사십 년을 건강하게 만나보세

딱 백 세까지만

딱 백 세까지만

 

우린 언제나 팔팔한

영원한 금오인이라네

굵은 우정 새기고 또 새기세




4월 우수작

어느 병실의 일기


                 고옥선


비가 내린다

길 옆 도랑에 무수히 떨어진 꽃잎

창 밖으로 처량하게 보인다


나무에 매달려서

향기 풍기던 아름다움도

도랑에 무덤처럼 수북하게 쌓였다


빗물에 휩쓸리는 처량한 모습

꽃은 지고

인생도 늙고

하얀 병상에 누워

실바람 앞에 촛불이라는 것


예쁘던 시절은 흘러가고

병실에 누워 주름진 모습에

빗물이 내려 주기를 기다린다


화려함만 보지말라

지는 초라함도 곁들여서 살펴보라

모든 생물은 청춘이 있고

늙고 병들고 떨어진다는 걸...


꽃은 활짝 피워내고 낙화하고

청춘의 봄날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등굽은 낙엽으로

실바람에도 낙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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