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선 중랑詩 산책 62* 황혼과 시혼-손설강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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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8 09:49
황혼과 시혼(詩魂) / 손설강
황혼은
하루가 저무는 시간이 아니라
비로소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아침에는
가족을 위해 달렸고,
낮에는
세상을 위해 견디며 살았다
이제는
누군가의 자녀이기 전에,
누군가의 직함이기 전에,
오롯이
나라는 이름 하나로 숨을 고르는 시간,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는
잃어버린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비워낼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욕심을 덜어낸 자리마다
한 줄의 시가 피어나고,
눈가의 주름마다
세월이 빚어낸 운율이 흐른다
젊은 날의 열정이
세상을 밝히는 불꽃이었다면,
황혼의 빛은
자신의 영혼을 비추는 등불이다.
낙엽 한 장에도 생을 읽으며,
한 잔의 차에서도
우주의 향기를 마시는 여유
황혼은
인생의 끝자락이 아니라
가장 깊은 나를
가장 아름답게 써 내려가는 시간
황혼이 깊어질수록 시혼은 더욱 맑아지고,
인생은 비로소 한 권의 시집이 된다
손설강(귀례)
2001 《한맥문학》 수필, 2002 《문학공간》 시 등단
2023 《시와편견》 디카시 부문 등단
2026 《신정문학》 디카시 평론부문 신인문학상
2026 「제1회 다산작가상」 디카시 부문 수상 외) 다수
저서: 『손설강의 디카시창작교본』 외) 다수
한국디카시인협회 서울중랑지회 회장







